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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Oct 25. 2024

엄마들의 욕망

우리가 오해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비학군지는 학군지에 비해 학구열이 덜 할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각기 사는 방법이 다르듯 교육 역시 본인 상황과 생각에 맞게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라고 본다.


비학군지건 아니건 모성애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작은 아이 유치원에서 체육대회가 있었다.

나는 워낙 운동에 젬병인 터라 기대없이 갔지만, 의욕만큼은 뿜뿜이었다. 왜냐하면 일주일 전부터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응원봉을 만들며 승리욕을 잔뜩 집어넣어준 덕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미 우리팀(청팀 혹은 백팀)이 이길 거라는 야심(?)에 가득차 있었다. 이것은 부모된 입장에서 모른 척 할수가 없고, 주어지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다른 부모들도 자식을 위해서는 당연히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그리고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학부모 달리기.


재밌는 것은 매회 운동회마다 넘어지는 엄마들이  명씩 있다는 점이다. 작년 운동회 그랬고, 첫째 학교 운동회에서도 그랬다. 아마 머리로는 소싯적 달리던 생각 + 빨리 달려야겠다는 생각더해지지만, 막상 몸은 (건강, 나이, 컨디션 등등) 따라주지 않아서 발생하는 괴리감 같은 이유라고 본다. (아빠들은 그래도 힘과 체력이 따라주는지 넘어질뻔 하긴해도 잘 넘어가진 않는다.)


같이 보던 옆에 있던 아이 친구 엄마는 깔깔 웃으며 <엄마들의 욕망> 때문에 넘어지는 거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아이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엄마를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맞는 이야기다. 어쨌든 열심히 해서 우승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가장  테니까.


엄마들의 욕망이 나쁜건 아니다. 욕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그렇지. 실은 아이를 키우는 원동력이자 발전시킬 수 있는 끄나풀이 된다. 반칙을 써가며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나쁘지만, 열심히 해보려는 강한 욕구이기에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된다.


우리 동네에서 아이 공부시키는 엄마는 누구누구인지 딱 정해져 있어. 그리고 그 엄마들 특성이 학구열을 잘 드러내지 않아.
하지만 욕망은 있기 때문에 속으론 드릉드릉하지. 겉으로만 잔잔한 호수지 우리 동네도 사실 정글이야. 엄마들 마음 다 똑같아.


비학군지에서 귀닫고 마이웨이하던 나였지만, 동네 엄마의 정확한 진단에 할 말이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이 동네에 잠재되어있는 욕망들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많고 소문 많은 동네였다는 걸 십년 가까이 살아놓고 이제야 파악했다니. 앞으로도 귀 닫고 쭉 마이웨이 하고 싶은데, 그 뒤로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신경 쓰였다.


그래도 사람사는 곳 다 비슷하고,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다 같겠지. 추구하는 가치가 각자 다를뿐. 거기에 동네분위기라는것도 작용하는거고.


그냥 그렇게 속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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