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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애 10시간전

수학 선행에 관한 소소한 견해

수학 선행을 할것이냐에 관한 의견은 분분하다. 아니 대부분 선행을 해야한다는 입장일 것이다. 시간많은 초등학생때 진도를 어느정도 빼놔야 나중에 심화까지 할 여유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아직 초등아이를 키우니 고등과정까진 잘 모르겠다. 고1때 공통수학이 가장 기본기이고, 때문에 중요해서 중3겨울방학 때 미리 준비해야하는것쯤은 알겠다. 또 영재교나 과학고를 갈 아이들은 이미 과학과 수학을 어느정도 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물론 이런 최상위권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덧셈을 알려줬는데 혼자 두자릿수, 세자릿수 덧셈을 터득하고, 나아가 곱셈 나눗셈까지 신나서 더 수학을 알려달라는 아이들의 경우에도 선행은 득이 될 것이다. 수학은 원래 그렇게하는 학문이니.


하지만 현실은 중위권 이상의 초등학생 고학년이면 대부분 수학 선행을 하고있다는 현실이다. 심지어 현행만 한다고 하면 왜 아이를 방치하냐고 주변에서 더 난리가 난다.


비학군지인 우리동네도 소위 공부 좀 한다는 집들은 선행 학습을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아이가 초2때 반 친구가 초6과정이 끝나간다는 이야기를 하며 본인도 해야 하냐며 조바심을 냈었다. 그래서 나는 할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추후 과학고를 지망한다면 그때 할 수도 있겠지만 초2가 초6, 중학교 과정을 한다는 건 온전히 개념을 이해할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우리집 아이는 천재나 영재가 아니기에.


내 아이는 방학마다 현행 다지기와 1단원 예습만 하다보니 선행을 할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수업시간에 처음 듣게되는 선생님의 개념 설명에 오롯이 집중할 수가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학교 아니면 어디서도 개념설명을 들을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듣는 내용으로 문제를 푸는데, 친구들은 이미 학원에서 했다며 집중을 하지 않는단다. 학원에서 다 배운건데 선생님 설명이 지루하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단다.


하지만 매일 아침 학습지를 풀고, 단원평가를 보면 우리 아이가  백점이다. 학원에서 예전에 배웠다고 안다고 친구들은 정작 점수가 안 나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래도 초등학생에게 선행이 필요할까.


동네에 아는 엄마가 선행 예찬론자였다. 본인 아이가 우리 아이와 동갑인데, 이미 중학교 수학을 하고있다며 은근 자랑 아닌 자랑을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왜 아이 선행을 안시키냐며 아이의 가능성을 방치하냐고 호들갑을 떨었었다. 그런데 아이들끼리 같은반이 되고,   아이나 우리 아이나 수학 실력이 똑같이 잘 나오는 걸 보고 그뒤론 선행이야기를 다물었다. 오히려 그집 아이는 단원에 따라 편차가 심해 점수가 들쑥날쭉했다. 반면 우리 아이는 현행도 루틴이 있어 잘 다져주면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면 또 목표학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수 있겠지만, 수학의 본질은 진도빼기가 아니라 개념의 이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년에 맞는 교육과정을 정해놓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각자가 고집하는 방향이 다 다를터이니, 선행을 안 한다고 아이 방치하냐는 시선은 거두어줬음 좋겠다. 나 역시 선행하는 친구들에게 굳이 간섭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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