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대회준비를 열심히 하며 잠자리에 들기전 이런말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6학년에게 밀려서 아이는 씁쓸한 첫 고배를 인정했다. 도전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아이와 엄마의 몫이라면, 위로해주고 잘 추스리는 것은 엄마의 몫이 좀 더 커진다.
일년동안 아이는 수없이 도전했고, 이룬것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것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난 일년은 유독 뭐가 많았고 길었다.
하지만 아이를 움직이는 동력.
나는 어느실패 앞에서 아이의 동력이 멈춘 것을 보았고, 마음이 아팠으며 분노했다. 동력을 잃은 아이는 한동안 집에 오자마자 엎드려 집밖에 나가고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차라리 죽으면 아무 것도 하지않아도 되니. 그러면 귀찮을 일은 없을것 같다고. 나는 사는게 다 귀찮다고.
집에 왔으니 이제 고슴도치가 될래. 나는 마구 움츠러 들 거야.
고작 열한 살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기에 그후로 나는 2주가 넘도록 마음이 아팠다. 아이의 용기 있는 도전의 결과는 가끔 너무도 가혹했다. 겪지 않았어도 될 도전들이 너를 더 힘들게한 건 아닐까.
그러나 시간은 약이듯이 아이에게도 다행히 그랬다. 어느새 털고일어나 앞으론 정말 열심히, 열렬히 더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야. 엄마, 나는 꼭 생물학자가 될 거야.
어찌됐든 너의 앞날을 응원한다. 실패도 성공도 다 너의 몫이기에. 나는 너를 발가벗겨 광장에 세워둔 기분을 벌써 여러 번 느껴봤다. 사실 초등 때 실패는 별거 아니라지만, 그것도 다 지내고나서 할말이지 막상 코앞 일이 되면 쓰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털어버리고 성장하는 것 역시 너와 나의 몫. 우린 다시 더욱 알차고 멋지게 그다음을 살아낼 것이다. 동력. 동력을 잃으면 모든 게 끝이다. 부디 그것을 잘 지켜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