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정학 시킵시다!
강제전학 보내요!
그래요. 더는 못 참겠어요! 우리가 이 학생 때문에 왜 맘졸이고 살아야 합니까?
이호석 때문에 학부모 민원도 하루 이틀이지. 이참에 아예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해요!
판 깔렸을 때 움직입시다!
교무실의 교사들은 모처럼 뜻을 모아 외치고 있었다.
지난 주말에 인근 남학교의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패싸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호석이 끼어있었다.
1학년 3반 이호석. 무기정학이 딱 좋겠는데.
정식으로 운영회 소집해서 의논해봅시다.
교감 선생의 말에 다른 교사들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절차에 따라 호석에게는 무기정학 처분이 내려졌다. 무기정학을 받았다는 것은, 학교에서 녀석의 등교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성민이 졸업할 때까지도 못 만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동안 녀석과 든 정을 떠올리며 성민은 내심 아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단한 문제아였구나 싶어 움찔하기도 했다. 듣기로는 패싸움에서 휘두른 흉기가 어마어마했다던데. 그 싸움으로 서너 명이 기절했다고도 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도 소문이 돌았다. 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 성민은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호석이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성민의 옆자리는 늘 비어 책상을 넓게 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짝꿍과 함께 발표하는 영어 시간에도 혼자였고, 쉬는 시간에 떠들 친구도 사라졌다. 그렇게 성민은 은근히 호석의 빈자리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파한 교문 앞에 오토바이의 굉음과 함께 녀석이 돌아왔다. 녀석은 검정 가죽옷으로 멋지게 차려입고는 성민을 불렀다. 교복 차림이 아니었던지라 성민은 쉬이 녀석을 알아보지 못했다.
성민아!
호석은 큰 소리로 성민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성민도 가끔 호석의 안부가 궁금했으므로 보자마자 반가웠던 건 사실이었다.
야! 어떻게 된 거야?
일단 타!
호석은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성민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뒷자리에 성민을 태운 뒤 학교를 벗어나 넓은 도로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오토바이를 생전 처음 타보는 성민이었지만, 어둠을 헤치며 바람을 가르는 맛은 꽤 짜릿했다. 녀석의 오토바이가 튜닝 덕에 움직일 때마다 요란하게 번쩍거렸다.
어때? 끝내주지?
어! 멋지다! 네 오토바이야?
당연하지! 내가 타면 다 내 거!
그 후 학교를 파할 시간이면 호석은 정문 앞에서 성민을 기다렸다. 덕분에 성민도 매일 녀석과 오토바이로 밤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민은 집과 학교를 반복하는 생활이 지겹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나, 새삼 그동안의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루했다고 느껴졌다. 밤마다 만끽하는 오토바이의 맛은 성민의 도피처가 되어갔다. 깊숙이 숨어있던 희열과 패기가 바깥으로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녀석이 손짓하는 바깥세상은 성민에게는 색다르고 달콤한 낙원과도 같았다. 아담이 이브를 통해 선악과 열매 맛을 알아버렸듯이 말이다.
하지만 곧 성민은 정말로 자신만의 이브를 만나게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