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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Aug 26. 2024

이령의 꼴통성장실화-꽁트 8탄

-첫키스

 숯가마골, 괘밭이라 불리운 첩첩산중 시골동네엔 꼬멩이들의 놀이터라곤 천지사방 산과 풀, 비오는 날 위엄을 더하던 당수나무, 그리고 운명의 그 도랑이 전부였다.


 도랑물을 가두리로 만든 자연풀장, 여름방학이면 윗마실 아래마실 도합 열댓명의 아이들은 말린 쑥을 귀에 말아 끼고 발가벗은 채 하루 종일 멱을 감고 놀았다.


 남녀칠세부동석, 나름의 금기를 지키느라 남자애들은 오른쪽 여자애들은 왼쪽 편에서 콧잔등이 벗겨지도록 물장구치며 놀다 해가 산허리를 감을 때 쯤 근처 과수원에서 서리해온 수박으로 헛헛한 배를 채우곤 했다.


 예나지금이나 폼생폼사를 지향한 나는 조르고 졸라 획득한 울 동네 유일하게 꽃 모자 수영복으로 깡촌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는데, 운명의 그날이 아니었다면......


 문제는 꽃모자 수영복을 일초라도 빨리 자랑하고 싶었던 나는 아침도 거르고 해가 뜨자마자 우리들의 엘도라도로 향했다. 아이들이 모이려면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우아하게 개헤엄에 열중하던 차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거다. 정신일도불하사성! 다시 힘을 내어 도랑 건너를 향해 헤엄을 쳤지만 그 자리였다.


 '아! 절대로 넘어서는 안되는 중앙선, 남자애들의 전용공간으로 모험을 자행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후회는 도랑물을 타고 흘렀고 나는 눈을 감았다.


'꽃모자 수영복을 지대로 뽐내지도 못하고 이렇게 가는구나!'

'만다꼬 중앙선 너머를 넘봤던가!'

'어참밥 먹고 가라던 엄마 말만 들었어도 도랑물에 빠져죽진 않았을것을~~'


 뜨뜻미지근한 감촉에 눈을 뜨자 온 동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얼레꼴렐리, 령이 하고 대환이 하고 얼레꼴레리 뽀뽀했데요"

대환이가 끌어내어 일명 마우스투마우스를 한거였다. 일단 살았다.


 울동네 회관 벼루빡엔 '대환(러브)령' 혹은 '대환이랑 령이랑 신랑각시'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날이후 몇해동안 난 쪽팔려 죽을 뻔 했고 생명의 은인임에도 불구하고 대환이는 나의 쌀쌀함을 견디느라 더 죽을 뻔 했다는 후문. ^^


 나의 첫키스는 그렇게 예기치 않게 환생했고 난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제명대로 살기위해선 반드시 금기는 지키자. 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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