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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수노아 레인
Aug 26. 2024
코스모스
코스모스 자매
"다른 길로 가지 말고 꼭 코스모스 길로 따라가야 된다"
연신 당부하는 할머니의 불안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우리 자매는 서로를 의지한 체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나선다.
제삿날 어른들은 다 이웃마을 친척집 장례식에 가셨다.
우리가 마음에 걸리셨는지 할머니는 길모퉁이까지 나오셔서
손을 흔드신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신작로를 따라 아이 걸음으로 한참을
걸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데
,
간혹 들리는 산짐승 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우리가 집에 잘 도착하기를 응원하는 것만 같았다.
밤하늘엔 무심한 반쪽 달이 몇 끼 굶었는지 힘없이 비추고
,
평소엔 반짝이던 별도 어찌 졸린 눈을 하고 내려다보고 있다.
하지만 신작로를 들어서면 칠흑같이 어두운데도
,
언니의 손전등을
무색하게 하는 그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코스모스!!
형형색색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한들한들
그
여린
몸을 흔들며
,
손전등의 불빛에 나 보란 듯이 그 자태를 더 뽐내고 있다.
마치 뒤에서 누가 금방이라도 어깨를 잡아당길 것만 같고
,
엊그제 본
'
전설의 고향
'
생각이 왜 자꾸만 머릿속을 맴맴 도는 건지
,
무서움을 쫓기 위해 언니한테 한소리 건넨다.
"언니 우리 코스모스 꽃잎 튕기기 놀이 하면서 갈까?"
언니도 내심 무서웠던지 안 무서웠던 척을 하며 이내 "그래 손전등을 교대로 들고 한번 해보자"
그때부터 본격적인 게임을 한다.
꽃잎 튕기기 놀이는 뭔가 주제를 정해 놓고 꽃잎을 하나씩 튕기는 놀이다.
질투가 동했던지
,
평소에 막내를 챙기는 엄마의 마음이 궁금했는지
,
언니는 내가 생각해도 그냥 웃음이 나오는 제안을 한다.
"엄마가 너하고 나 중에 누굴 더 이뻐하는지 해보자"
안 그래도 자신이 있던 나는 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자신 있게 튕긴다.
"나!" 언니도 질세라 "나!" 그렇게 몇 번을 튕겼는데
,
이거 웬걸! 조막만 한 언니의 손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꽃잎이 한 장 더 남아 있었다.
언니는 손전등을 내게 건네며 큰소리로 손가락에 온 힘을 모아서 마지막 꽃잎을 휙! 날렸다.
순간, 튕겨 나가는 꽃잎과 언니의 "나!'라는 우렁찬 목소리만이 밤하늘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좀 전에 내 몸을 움츠려 들게 만들던
'
전설의 고향
'
이고 뭐고 무서운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난 힘껏 달렸다.
끝없이 이어진 코스모스도 다 보기 싫었다.
뒤에서 언니가 소리치며 달려온다.
"손전등은 주고 가야지! 나는 어떻게 하라고!"
'
엄마가 더 이뻐한다는데 무서울게 뭐 있어!
'
나는 마음속으로 외치며 코스모스 속으로 뛰어 들어가 한참을 울었다.
돌이켜 보면 참 웃음이 났다가도 눈물이 나는 추억인데
,
그 시절엔
왜 그리도 중요한 것이었던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코스모스 꽃잎 튕기기 놀이는
,
코스모스 길을 정답게 걸어가며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어린 날의 우리 자매처럼
'
엄마의 마음
'
을 놓고 하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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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할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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