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atermelon
Sep 12. 2024
팀장님이 가장 강인해 보였던 순간
모른다고 당당하게 인정할 수 있는 진짜 광고회사 팀장의 모습
새로운 브랜드 PT 준비를 위해 매체팀과 회의를 했다.
특정 타깃이 아닌, '보통사람'에 폭넓게, 공감도 높게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하는 기획팀과 제작팀의 전략에 매체팀이 갸우뚱했다.
어차피 디지털 영상 캠페인 유튜브랑 SMR 등이 다일텐데, 타깃팅도 MASS로 하면 너무 전략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한참 논의 끝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보통사람'을 3 분할하자.
사실 알고 보면 '평균'이라는 거지 다 똑같다는 건 아니지 않냐, '보통사람'도 3-5개 정도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통사람'을 3 등분해서 각각 1등분에 크리에이티브 소재를 테스트하고, 각 소재별로 어떤 타깃이 가장 유효한지 발굴해 주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벙벙해 보이던 전략이 엣지가 서는 순간이었다.
"그럼, 그렇게 발굴한 가장 유효한 타깃에게 맞춤 전환 캠페인을 이어서 하면 되겠네요!"
"오! 그러면 배너 말고도 요즘 많이 믹스하는 유튜브 디맨드젠을 넣어볼까요?"
이렇게 아이디어가 쌓여가는 도중,
끼어드는 한마디.
"잠깐, 난 이해 못 했어요. 다시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우리 팀장님이다.
내가 이해 안 되니 하지 말자가 아닌,
진솔한 이해 못 했다는 고백.
그 어느 때보다 그가 커 보이고 강인해 보인다.
이해 못 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기 때문일까?
여기서 모름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의 전반적인 똑똑함이, 능력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사실 매체에 대해 그가 가장 모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제안서나 상품소개서의 이론적인 이야기 말고,
실무를 돌리면서 이 상품 저 상품 예산을 넣고 빼며 달라지는 것을 봐야, 단순히 미디어 믹스 수치만 보게되지 않고, 어떤 지면에 어떤 형태의 소재를 집행해야 가장 효율이 높아지는 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집행된 효율을 보고 받고, 이슈 발생했을 때 의견을 내는 팀장은 절대 실무과 같은 눈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너무 당연하게 역할이 다른 것일 뿐이다.
실무와 다른 눈을 가졌기에 또 다른 조언을 하고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른다, 다시 설명해 달라고
자기보다 연차 어린 차장들에게 친절하게 부탁할 수 있는 그가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