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의 일기예보만큼이나 오늘은 좋을 거라는 나의 다짐은 소용이 없다
장마철의 일기예보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항상 우산을 챙겨야 한다. 일기예보는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니. 요즘의 내 기분도 항상 우산을 챙겨하는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괜찮을 거야'라는 전날의 다짐은 소용이 없단 듯이 날마다 네가 꿈에 나타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날이면 쉬어지지 않는 숨을 억지로 몰아쉬고 일어나는데, 오랜 잠수 끝에 물 위로 올라오는 사람처럼 급히 숨을 몰아쉬면서 꿈의 끝에서 올라온다. 그렇게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버리면 또 네 생각에 잠시 잠겼다가, 다시 잠을 청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채로 결국 아침이 오고야 만다. 그런 날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아 홀딱 젖은 처량한 기분으로 하루를 산다.
어느 날은 다정한 네 모습이 떠올라 웃음 지었다가, 어느 날은 비에 홀딱 젖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가
이 변덕스러운 날씨는 하루하루가 아닌 매 시간마다 요란하게 바뀐다.
난 이 날씨를 얼마나 버텨야 하는 걸까.
난 이 날씨를 혼자서 얼마나 버텨야 청량한 하늘을 보고는 웃을 수 있을지 잠시 또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너의 날씨는 흐린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까 괜스레 억울하기도 하다. 좋았던 날씨에 네 생각도 좋게만 마무리될 것만 같다가 갑자기 몰려드는 먹구름, 퍼붓는 비에 나는 쫄딱 젖어서 대책 없이 비를 맞고는 비 때문에 우는 건지, 울고 싶어서 먹구름을 불렀는지 알 수가 없다.
출근길, 업무 중, 퇴근길, 자기 전, 모든 시간들 사이에 너의 생각으로 먹구름과 비는 예고 없이 몰아친다. 덕분에 피곤에 메말랐던 눈은 항상 촉촉하게 그렁거리고, 코끝은 살짝 빨개져 아닌 척 가리기 급급하다. 많이 울고 아파하면 더 이상 짜낼 눈물도 없이 안 나올 거라 생각해 처음에 많이 울고 많이 아파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아직 예고 없는 먹구름과 비 때문에 눈물은 고인다. 그저 바쁜 너의 일상 속에서 흐리기만 할 뿐인 너와 달리 왜 나는 이렇게 아픈 걸까. 너 또한 나에게 이런 사랑은 처음이라 영원을 약속하고 싶다며, 결혼도 하고 싶다며 온 마음을 다했었다. 근데 이렇게 한순간에 떠나는 너는 어찌 그리 평온하고, 일들을 잘해나가는지 부럽기도, 서운하기도 그리곤 화가 나기도 한다. 서로가 없던 것처럼 지내보자, 말했던 너의 말이 이제는 내가 필요 없다는 말로 들려와 마음에 자꾸 생채기를 내는데, 충분히 상처를 내야지만 더 이상 저 말이 아프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파도 계속 떠올리며, 그 말의 날이 무뎌져 더 이상 나를 상처 주지 않게 되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 그날의 날씨는 헤어지기엔 날씨가 너무 좋았다.
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마주 보던 그날의 날씨는 너무나도 좋았다. 나를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못 볼 것 같다던 너에게 내가 억지로 떼를 써서, 너를 만났었다. 너를 기다리는 그 시간에 둘러본 날씨는 너무나도 예쁘고, 좋았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내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초여름의 청량한 날씨 그 자체로 빛나고 있었다. 너와 함께하고 싶었던 청량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너와의 미래를 그리며 낭만을 그리던 때, 그런 여름날의 낭만 따위는 너의 안중에는 없었단 걸 나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지치고 힘든 줄로만 알고 너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나의 미숙함과 말 한마디 없이 이미 혼자서 결정을 내린 너의 미숙
함이 만나서 나는 억지로 외면하고 있던 사이에 사랑이 멀어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멀어져 가는 그 사랑을 나는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잡고 또 잡았지만, 모든 걸 다 줄 것 같던 너는 차갑게 변해버린 듯 나에게 매정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멀어지는 이 사랑이, 한없이 다정히 내 편이었던 네가, 힘들지만 나름 버둥거리며 최선을 다한다고 노력한 내 사랑이, 멀어지는 게 싫었다. 잡고 싶었다. 잡으면 달라지지 않을까. 노력하면 결말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더 노력할걸, 네가 노력하는 데에 지쳐버렸다면 내가 더 노력해서 이 사랑을 보존해보려고 해 볼걸,
이미 멀어진 너의 마음은 무시한 채 나는 이 사랑을 잡기에 급급했다.
너의 마음은, 너의 상황, 너의 어려움을 하나도 몰라주던 그때의 내가 너무 못됐다.
시간이 지나 지금 생각해 보니, 너에게 너무 미안한데 아무 연락도, 아무 말도 너에게 할 수 없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만 흘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해, 힘들었던 너에게 너무나 미안해 또 나만 생각한 이기심으로 너에게 미안하단 말을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