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방학 시즌이다. 많은 20대들이 자기만의 공간에 널브러져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보는 시기다. 내가 휴학을 했을 때처럼 말이다. 학교 생활에 스펙을 위한 학회 활동, 동아리 회장, 아르바이트까지 눈코 뜰 새 없이 2학년 2학기를 마치고 나서 도망치듯 휴학했었다. 원치 않게 바빠진 일상을 도무지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무작정 쉬기로 결정했다. 휴학한 후에는 분주히 학교에 가는 대학생들을 보며 비웃고, 오전 10시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일상을 보냈다. 천국 그 자체였다. 역시 휴식은 좋은 거야... 읊조리다 보니 어느새 6월. 한 학기가 끝나고 말았다.
아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적어도 3월엔 집 앞 카페라도 나섰던 것 같은데 바쁜 대학생들과의 약속이 뜸해지니 집 밖을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저 이불을 덮고 뒹굴, 뒹굴. 온몸을 게으름으로 채운 채, 6개월을 보낸 것이다. 학기 중 대학생처럼 공식 일정이 있는 것도, 별다른 재미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일상은 지루하기만 했다. 매일 릴스, 숏츠 영상만 보다 새벽이 되면 복학까지 남은 시간을 가늠하며 초조해했다.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고민하다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걸 어떡하냐'는 생각으로 모든 걱정을 얼버무리곤 했다.
보다 못한 룸메이트가 운동이라도 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 말만 들어도 귀찮았다. 씻고 나가는 것도 귀찮은 사람한테 운동이라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겠다 싶었다. 정작 이불속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맘때쯤 건강이 삽시간에 나빠져 살이 쪘던 터라 다이어트할 겸, 룸메이트 눈치도 보이니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종목은 씻고 나갈 필요가 없는 수영이었다. 수영장에 가서 씻으면 되니 이렇게 간편할 수가 없었다. 마침 살도 잘 빠지는 운동이니 안성맞춤이었다.
처음엔 일주일에 2번, 점점 횟수를 늘려 가며 4번, 5번. 총 반년 동안 50번이 넘는 출석 횟수를 기록하고 나니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단 걸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건강뿐만이 아니었다. 게으르고 단조롭던 일상이 분주해졌다. 휴학 전, 학기 중처럼 여러 일에 쫓기듯이 분주한 것이 아니었다. 게으름을 벗어날 "활력"을 얻게 된 것이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키고 움직이며 알게 되었다. 나는 귀찮아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아서 모든 게 귀찮았던 것이었다.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활력"이 생겼다. 물론 체력이 늘어난 것도 한 몫하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것이 내 안에 생겨 났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패배적이고 무력했던 전과는 다른 가벼움이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지치지 않았고, 모든 시도는 "용기"와 "자신감"이 되어 바쁨이 두려워 휴학한 내게 다시 한번 일어설 힘이 되어 주었다.
고작 운동 하나로 게으름을 이겨 냈다고? 믿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의심스러운 사람에게, 그리고 운동을 통한 활력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연 작가의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추천한다. 공교롭게도 이 책의 작가 또한 수영을 통해 무기력과 우울을 이겨 냈다. 하지만 단순히 운동이 건강에 좋다고 피력하는 "운동만능주의" 책은 아니다. 작가의 삶과 고난, 수영이라는 운동을 통해 작가가 배운 것, 활력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게으름의 이불을 벗어던지고 싶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침서가 되겠다
뻔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게으름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당신을 좌절시키는 재난도 아니고, 영영 끝나지 않을 피로도 아니다. 별 거 아닌 움직임으로도 사라지는 순간의 상태일 뿐이다. 그러니 게으름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정체시키지 말자. 마음 한 편의 위기의식을 잊게 하는 망각제로 이용하지 말자. 사실 당신은 귀찮지 않을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서서 몸을 움직여 보자. 한결 가벼워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