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작아지는 20에게; <미움받을 용기>로 자유로워지기
20대라면 한번쯤 들어 보기도, 써 보기도 한 말일 테다. '억까'한다니 이게 무슨 뜻일까.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단순한 줄임말이다. '억'지로 '까'내리다. 누군가 나를 억지로 불행한 상황에 밀어 넣는 것 같을 때,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을 때 "OO이 나를 억까한다."며 쓰는 1020의 신조어다.
특히 인생의 과업(예를 들면 대입, 시험, 취업, 인간 관계 등) 앞에 놓인 이들이 주로 쓰곤 하는데, 억울을 호소하는 말이 유행어로 번질 만큼 버거운 일이 많다니.. 20대로 살기 참 고된 사회라고 연민하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게 과연 사회의 탓인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실은 '억까'라는 말에 숨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건 아닌가?
어쩌면 냉정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혹은 사회를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냐며, 글로 세상을 배운 헛똑똑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 싶은데 <미움받을 용기>도 히트 당시 비슷한 비난을 받았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해결책을 내미는 것이 아니냐며, 세상엔 사회적인 억압과 고통 그리고 개인이 '노오력'해서 극복할 수 없는 PTSD와 정신 질환이 있다면서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2022년 200만 부 판매를 이뤄 내며, 스테디셀러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한 '문제의 책'이다.
책은 세상에 환멸과 억울함, 분노를 느낀 한 청년과 노년의 철학자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속 철학자는 화가 잔뜩 난 채로 자신을 찾아온 청년에게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며 청년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논리가 모순적이란 사실을 깨닫게 한다. 철학자의 견해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나에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속박되게 하는 '원인론'을 거부하고,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의 인정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골조다.
작가는 "설령 가위로 끊어내더라도 일단은 마주 볼 것.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이 상황, '이대로'에 멈춰 서 있는 것이라네."라 말하며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낼 것을 설득한다. 글로만 읽어도 '아프니까 청춘'임을 거부하는 MZ들이 경멸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실은 나도 이 책의 첫 장에선 책 속 철학자의 논리를 꺾고 싶단 승부욕으로 읽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격렬한 대담 속 질문에 함락되어, 삶에는 개인의 의지 또한 필요하구나, '미움받을 용기', '세상에 마주설 용기'가 필요하단 걸 깨닫고 마음의 근육을 한 겹 더 키우게 된 책이 되었다.
그렇기에 아들러 철학을 올바르게 반영했는가,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무시한 책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많은 책임에도 20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별로인 책이라면 왜 별로인지 스스로 탐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나와 같이 이 책을 통해 마음 근육을 키우게 되는 것도, 자신의 상황에 대해 깊게 탐구하며 사회적인 원인을 찾는 것도 모두 값진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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