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0분의 통화를 마치고
엄마.
20여년을 집은 따로 살았어도 한 도시 안에서 가까이 살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가던 나인데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서 먼 파주라는 곳에서 엄마와 전화로만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네. 우리 참 힘들었었고, 싸우기도 엄청 많이 싸웠는데 내가 강릉을 벗어나 경기도에서 회사생활 하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 그치.
엄마.
오늘 엄마랑 오랜만에 긴 통화를 나눴는데 마음이 썩 편치 않네. 엄마는 작고 가녀리면서도 늘 그 누구보다 강하고 아들들만 생각하면서 사는게 마음이 아파. 엄마도 여유가 있고, 세상에 좋은거 아름다운 것들을 가득 봤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렇게 해줄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네. 그럼에도 아직은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를 보면서 엄마한테는 여전히 어린 아들일 수 밖에 없나봐. 그래도 나 열심히 살고 있어. 회사에서 신입이지만 일도 엄청 잘하고 칭찬도 많이 받아!(월급은 많이 못받아)
엄마.
우리 젊음은 참 세상이 좋아졌어도 살기가 힘들어. 누구는 전세사기를 당하고, 누구는 좋은 부모 밑에서 굳이 일 안하고 집에서만 살기도 하고 코인이니 주식이니 세상이 어려워. 나도 가끔은 내가 무엇을 해야하나 외딴 세상에 떨어져있는 것만 같을 때가 많아. 그럴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더라고.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 세상이 어둠속이더라도 그저 목소리 들으면 힘이 나는 그런 사람 엄마인것 같아. 직접 말로는 못하겠지만. 엄마가 있어서 내 세상은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 같아.
엄마.
아프지말고 더운데 꼭 건강챙겨. 아들들만 생각하지말고 가끔은 일탈도 하고 엄마 하고 싶은것도 하면서 살자. 우리 그 힘든 시간을 이겨냈던 것 처럼 앞으로의 우리 시간도 더 나아질거라 나는 확신해.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자랑스러운 엄마의 아들로 또 이겨내면서 살아볼게. 고마워.
이번 명절엔 내가 두손 가득 들고 내려갈테니까 엄마 기다려. 더위 조심하고 금방 봐.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