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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쓰 Jul 28. 2024

너의 이름은 '문수호'야

문지한에서 문수호로 바꾸게 된 이야기

우리는 첫째, 둘째 이름을 모두 작명 어플로 지었다.

작명소에서 지으면 올드한 이름이 나올 것 같기도 했고, 우리가 직접 짓는 게 의미 있을 것 같아서였다.

작명 어플도 음양오행에 따라 이름을 짓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첫째 이름을 '문지호'라고 지었다.

성씨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름은 흔한 이름으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둘째가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둘째의 이름도 지어놨다.

'문지한'이라는 이름이었다.

지호와 '지' 돌림으로 만들어진 이름이었고,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이름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이후에 우리는 '문지한'이라는 이름에서 '문수호'로 바꾸었다.


"민지야, 둘째 이름을 바꿔야겠어."

"왜? 오빠가 문지한이 예쁘다고 했잖아."

"이름은 예쁜데, 예전부터 '문지한'이라고 하면 '무지한'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 초등학교 정도 가면 무지한이라고 놀림을 받을 것 같은데, 둘째는 뇌손상이 심하잖아. 정말 무지한 아이일 텐데 무지하다고 놀림받으면 마음이 더 아프지 않을까?"

"그래? 난 '무지한'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진 않는데.... 그럼 뭐로 바꿀까?"

"'문수호' 어때? 수호천사, 수호신이 수호를 지켜줄 거야!"

"수호도 예쁘다. 좋아!"


그렇게 둘째의 이름은 수호가 되었다.

예쁘고 좋은 이름을 지으면 조금이라도 뇌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여서였다.

예쁜 이름으로 수호가 더 좋아질 날들을 꿈꿔본다.


수호가 태어나면서 또 바뀐 것이 하나 있다. 셋째를 낳고 싶어 졌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아픈 아이를 낳고 보니 그렇다.

원래 우리는 결혼하면서 자녀 계획을 딱 2명으로 계획했다.

아들 1명, 딸 1명이면 좋고, 아들 2명이나 딸 2명이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저 건강한 아이 둘이 사이좋게 커가는 모습을 꿈꿨다.

그러던 우리가 왜 셋째를 꿈꾸게 되었을까?


어느 날 와이프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오빠, 지호가 수호를 너무 좋아하는데, 난 그런 걸 볼 때마다 눈물이 나."

"눈물이? 왜?"

"수호가 아프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은 형제가 되었을까 해서...

지호에게도 아프지 않은 동생이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상상도 못 했던 생각이다. 와이프는 지호의 입장에서 '아프지 않은'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지호가 수호를 안아주거나, 뽀뽀하거나 챙겨주면 좋으면서도 종종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나는 "요즘 외동이 대부분이고, 형제들도 성인이 되면 다 각자 인생 살기 바쁘다."라며 위안을 해보려 했지만, 와이프에게 전혀 위안이 되는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픈 동생과 같이 놀 수 없는 첫째와, 아파서 놀 수 없는 둘째를 보며 너무나 마음 아파했다.

아직은 지호가 수호의 상태를 잘 모르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겪을 슬픔에 대해서도 많이 두려워했다.


물론,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 셋째까지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평생 손이 가야 하는 아이이고, 나중에 얼마나 큰 치료비가 들어갈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두렵다.

무엇보다 나는 내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고, 셋째가 있다고 해서 우리 가족이 행복해질까 하는 것은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셋째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이전보다 낳고 싶은 생각이 커진 것은 맞다.

앞으로 수호의 상태, 우리 가족의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현명하게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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