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지만 슬픈 한 마디
벌써 10개월이 넘은 수호는 많이 먹지 않고, 아팠던 탓인지 7kg밖에 나가지 않는다.
게다가 항상 유모차에 누워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수호를 보면 3~4개월 된 갓난아이로 판단한다.
아직 뒤집기, 되집기는 물론 손 빨기, 침 흘리기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못하는 수호이기 때문에 더 어려 보이는 것 같다.
유모차에 가만히 누워서 멀뚱멀뚱 앞만 보는 수호를 보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 있다.
"아기가 정말 예쁘네요."
"어쩜 이렇게 작지? 너무 귀엽다~"
"아기가 울지도 않고 너무 순하네요."
이 중에서도 "너무 예쁘다~, 딸 같다, 코도 오뚝하고 눈이 너무 예뻐요."와 같은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받는다. 부모인 내 눈으로 봤을 때도 수호는 아주 예쁘게 생겼다.
엄마를 닮아서 눈도 크고, 코도 오뚝하다. 얼굴은 작고, 팔다리는 길다.
뇌손상이 커서 머리 모양이 안 예쁘지만 머리숱이 많아 가리니, 정말 예쁘다.
그래서 더 슬프다.
이렇게 예쁜 아기가 아프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예뻤을까?
아프더라도 이렇게 크게 아프지 않고 조금만 아팠더라면 인기가 정말 많았을 텐데.
우리의 유전자 중 좋은 것들만 쏙 담아간 수호가 아프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외모라도 예쁜 게 어디야. 걷지도 못할 텐데 외모도 안 예쁘면 더 보기 안 좋을 것 같아.'
라고 혼자 위안해 보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수호는 그냥 예쁜 장애아동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와이프는 수호가 싱글벙글 우는 모습을 보면 눈물을 흘린다.
건강하게 못 낳아줘서 미안한 것인지, 아픈 아이가 불쌍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수호가 너무 예뻐서 눈물이 계속 난다고 한다.
예쁜 것을 예쁜 그대로 바라볼 수 없는 현실이 참 슬프다.
많이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수호가 생각보다 잘해주기 때문이다.
수호는 잘 견디고 있다. 고통스러워할 때도, 아플 때도 많지만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
수호가 포기하지 않는데, 부모가 먼저 포기할 수는 없다.
수호는 토하면서도 다시 먹이면 먹으려고 노력하고, 아픈 와중에도 예쁜 눈웃음을 보여준다.
감기만 걸려도 사망할 것이라는 의사 말과 다르게 코로나도 이겨냈다.
지난 2월 17일, 지호가 열이 났다.
하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보니, 양성이었다.
다행히 주말이었기 때문에 격리를 위해 부랴부랴 짐을 싸서 수호를 부모님 댁으로 데리고 갔다.
분명 집에서 수호는 코로나 음성이었는데, 격리를 하고 열이 나서 재보니 양성으로 나왔다.
이전에 의사들이 했던 말들이 워낙 강렬해서 나는 수호가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심 바라기도 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수호는 생각보다 강했다.
열이 나고 토를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잘 넘어갔다.
감기만 걸려도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은 보기 좋게 틀렸다.
어쩌면 이것도 기적일 수 있다.
뇌가 20%밖에 남지 않은 연약한 아이가 코로나를 이기고, 지금은 폐렴도 이겨내는 중이다.
자주 아프지만 그만큼 자주 이겨내고 있다.
사소한 기적이지만 이러한 기적들이 모여서 큰 기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수호의 아프지 않은 날들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