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랑 중 하나는 딸을 예쁘게 낳았다는 점이다. 엄마는 내가 어릴 적 시장에 데리고 가면 다들 누구 딸이냐고 묻는 말이 좋았다고 하신다. “아빠 닮아 예쁜가 보다”라고 하는 말이 정말 좋았다고. 엄마는 항상 당신을 못생겼다고 하신다. 그 소리를 하도 듣고 자라 그런지 나도 엄마가 미인이라고 여겨본 적 없다. 욕먹을 소리지만, 누가 나더러 엄마 닮았다고 하면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동네 아줌마들이 키 크다고 미스코리아 나가라고 했다. 같은 동네 살던 어떤 남자애가 내 눈을 보고 ‘눈이 부시다’고 했었다. 주위에서 예쁘다고 하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특히 눈이 예쁘다고. 그 말은 사람을 꽤 자신감 넘치게 만든다. 그래서 나도 내가 예쁜 줄 알고 살았다. 정작 나 자신은 거울을 봐도 어디가 예쁜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 들면서 중, 고등학교 시절 생긴 여드름으로 흉터가 남아 피부는 나의 콤플렉스가 되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피부과를 다니기 시작해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삼십 년 동안 피부과, 피부 관리실에 들인 돈만 해도 수천만 원은 될 거다. 시작은 여드름 치료였지만 한관종, 편평 사마귀, 기미 등 치료 종류가 달라졌다. 피부 스케일링, 해초박피(peeling), 다이아몬드, 크리스털 박피 등 당시 획기적이었던 여드름, 미백 치료를 했고 석고 팩 같은 것도 했다. 1~2년에 한 번씩 2~3개월 동안 꾸준히 다녔다. 쉰이 넘으면서 주름, 탄력이 신경 쓰여 써마지 레이저를 하고 탄력 피부 관리를 받는다.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를 갖고자 하는 욕망은 나이 든다고 수그러들지 않는다. 화장품도 주름을 없애고 탄력을 준다는 제품 위주로 사용한다. 어떤 날은 인스타그램에 탄력 에센스 광고가 뜨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어떻게 그렇게 필요할 때 딱 맞게 광고가 뜨는지 신기하다. 그 신기함에 혹해서 에센스를 샀는데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런 얘기를 했더니 MZ 세대인 팀원은 “팀장님이 어디선가 관련 제품 검색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기억하지 못할 뿐 그 알고리즘으로 추천 광고가 뜬다며 신기한 게 아니라고 알려줬다. 아무리 그래도 신통했다. 얼마 전에도 아이크림이 똑 떨어져서 ‘어떤 제품을 살까?’ 하고 고민 중이었는데 눈 밑 처진 지방까지 제거해 준다는 아이크림(eye cream) 광고가 떴다. 다행히 이번에는 덜컥 사지 않았다. 해당 제품 리뷰 날짜를 보라고 팀원이 알려줬기 때문이다. 댓글이 많아도 달린 날짜가 오래된 거면 잘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시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건 요즘 애들한테 들어야 한다.
외모 가꾸기는 얼굴에서만 그치지 않고 이제는 머리로 확대되었다. 자꾸 머리카락이 빠지기 때문이다. 탈모 방지 기능성 샴푸를 이것저것 써보고 친구들과 추천받고 추천한다. 머리카락이 없어 스타일링하기가 힘들다. 특히 앞쪽 머리카락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 자꾸 뒤쪽의 것을 앞으로 가져와야 한다. 대머리는 남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여자는 물론이고 젊은 사람 중에도 탈모 고민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단골로 가는 미용실 디자이너가 샴푸를 많이 써서 그럴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면 탈모되기 쉬운데 그게 샴푸 탓이라고. 말이 됐다. 갓난아기 때부터 아가 전용 샴푸를 쓰지 않는가. 나도 이십 대 시절엔 머리카락이 굵고 숱이 많았다. 오죽하면 숱을 쳐냈다. 너무 많아서. 그런데 지금은 한 가닥이 아쉬운 판이다. 검은콩이 흰머리 방지 및 머리카락을 나게 해 준다고 하여 열심히 콩밥을 먹는다. 하루 10분 마사지로 주름과 탄력을 완화시킨다고 하여 매일 아침 화장품을 바르며 마사지한다. 족욕이 좋다고 하여 아침마다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 발 담그고 화장한다. 그러느라고 출근 준비 시간이 한 시간으로 부족하다. 친구 경미가 “그걸 굳이 왜 아침에 해? 저녁에 여유 있게 하면 되잖아” 하는데 퇴근 후 집에 오면 일단 피곤하다. 얼른 씻고 눕고 싶어서 잘 못 한다. 그래서 루틴을 아침에 만드는 편이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던 시절 화장을 하지 않아 좋았다. 다 가리고 있으니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밥 먹을 자리에 갈 때는 화장을 가끔 했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연극 동호회의 신입 단원 환영회에 참석했다. 선, 후배 단원들이 어울려 앉은자리에서 맞은편에 앉아있던 신입이 문득 말했다. “누나, 마스크 벗으니 예쁘네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맙다고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기 힘들었다. 기분 좋았다. 솔직히. 심지어 ‘고맙다’라고 말한 건 크나큰 발전이다. 사십 대까지도 “에이~ 뭐가요~”하며 예쁘다는 말을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야 겸손한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쁘다”라는 말을 도통 들을 일이 없다. 친구들끼리 그런 말을 하기에는 함께 지낸 세월이 너무 오래되었고, 친하지 않은 사람이 그런 말을 할 턱이 없고 팀원들이 팀장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더구나 그런 말은 이성 간에 하기 쉬운 말이므로 못 들어본 지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그런 차에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그저 예의 차리기 위해 한 말일 수 있지만, 무척 기분 좋은 말을 들은 것이다. 더구나 나이 들수록 엄마를 닮아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이 많아지던 때다. 엄마조차 “어렸을 때는 그렇게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라고 뒷말을 잊지 못하신다.
엄마가 거울을 보시며 “이젠 내가 내 얼굴을 보기가 싫어”라고 하시는데 그 마음에 공감된다. 나도 그러니까. 오십을 넘기며 역변을 일으키고 있는 외모를 감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쩌랴. 이 또한 나이 들어가는 현상인 것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