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8. 도착 예정 시간
걸어서 5분부터 버스 타고 20분까지
학교와 집이 먼 편이다.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때문에 부러 일찍 준비를 마치고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교실에 들어선다.
이는 어릴 적 생활 습관에 영향을 받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 운이 좋게도 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었다.
도보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다.
구태여 일찍 등교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 즈음 출근하시는 부모님 따라 서둘렀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어릴 적 버릇이 남아있는지, 난 아직도 내 나름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젠 아무도 없는 교실에 불을 켜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칠판을 정리하는 게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른 아침 조용한 학교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아서, 오히려 내겐 없으면 허전한 풍경이다.
(삼십 분 뒤, 반 아이들이 들이닥치기 전의 고요함이란 정말 소중하다.)
앞서 말했듯 집 주변에 중학교가 없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느 중학교에 진학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
나는 무엇보다 집과 학교 사이 거리를 중요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학교가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집까지 떨어진 거리 또한 비슷했다.
(모든 중학교가 우리 집과 비슷하게 멀었다는 의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덕에 거리는 진학 고려 사항에서 배제될 수 있었다.
이런 처지에서는 학교 바로 앞 아파트 사는 친구들이 정말 부럽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교 바로 앞 아파트 단지에 사는데, 이상한 점은 다들 등교 시간이 다 돼서야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멀리 사는 학생들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일찍 도착하는 반면, 학교가 바로 앞이면 5분도 안 돼 도착한다는 안일한 생각이 드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