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9. 이른 아침의 학교
고요함이 어색해지는 순간
8시경 학교 교문을 지난다.
일찍 출근하신 선생님께서 교문을 지킨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지나친다.
보통 두어 명의 학생들이 잡혀 있기 일쑤다.
사복을 입었거나 교복을 줄여 복장 불량으로 벌점을 받는 중이었다. 이젠 안 봐도 뻔하다.
조금은 서늘해진 바람을 느끼며 본관으로 들어선다.
4층에 위치한 교실까지의 여정은 내게 꽤나 버겁다.
4층 계단을 오르기도 힘든데 가방, 우산과 같은 짐이 한가득인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것도 3년째니 적응이 될 법도 한데 매번 새롭게 힘든 기분이 든다. 운동부족인가 보다.
'솔직히 3학년 특권으로 1층에 교실 배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친구의 말에
- 됐어 계단도 안 오르면 우리 진짜 체력 못 길러, 하고 합리화하고는 오늘도 숨을 고르며 교실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 갈아입는 것이다.
학기 초에는 교복 치마로도 잘 생활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편한 것만 찾게 되더라.
애당초 체육복 등교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난 교문에 계시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잽싸게 뛰어들어갈 베짱이 없다. 물론 그럴 만한 체력도 안 되고.
아까 교문에서 마주친 그 애들이 떠오른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항상 안전한 쪽을 택해왔던지라, 이젠 거의 일상이 되어 이 과정이 딱히 번거롭지는 않다.
그새 몇 명의 반 아이들이 등교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고, 다들 휴대폰을 보고 있다.
그 사이에서 먼저 말을 꺼내기가 너무 어색해서 그 순간의 침묵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다시피, 소음 없는 학교는 정말 희귀하고도 이상하다. 학교란 그야말로 고요함이 어색해지는 공간이다.
친구들과 채팅방에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다 물 흐르듯 오늘의 일정과 급식 메뉴를 찾아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교실 앞 화이트보드에 다가가 시간표를 새로 쓰고 조그맣게 수행평가 날짜도 찾아 적는다. 수행평가가 몰려 있는 날에는 속으로 작게 탄식한다.
학기 초에 분명 칠판 담당을 정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년 당연한 듯이 내가 이 역할을 맡아서 이상한지도 몰랐다.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던 게 아닐까.
아이들이 도착하는 건 한참 뒤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