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2Nd』

PART 1. 79-0-0

by GIMIN

세상엔 (결과적으로) 전체보다 큰 ‘부분’을 담은 앨범이 종종 있다. 한동준이 쓴 곡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걸작인 (이 앨범의 큰 ‘부분’인) 「사랑했지만」은 데뷔앨범으로 쓴 맛을 본 '동물원 출신'의 김광석을 단숨에 솔로 가수 김광석으로 거듭나게 했다.


김광석은 (이 곡이 좋은 곡임을 즉각 알아챘음에도) 이후, 이 곡의 ‘상업적 성공’에 부담을 느꼈지만, 이 앨범을 발매할 당시의 그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홍보를 위해 ‘동물원’이란 명칭을 이 앨범 곳곳에 붙였지만, 그는 동물원의 빛나는 ‘아마추어리즘’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또한 대중에게 몸과 마음을 다 내주는 가수로 ‘변절’할 수도 없었다.


「사랑했지만」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었다. 사랑의 여집합(불가능성)을 통해 사랑의 가능성을 매우 아름답게 강조한 지적인 연가(戀歌)였다. 애이불비(哀而不悲 : 슬프지만 슬퍼하지 않는다)는 말로 함부로 가둘 수 없는 이 곡은 지금 들어도 세련미가 넘친다.


물론 이 앨범은 「사랑했지만」 만으로 그 특별함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훗날 그의 『다시 부르기 1』(1993)에서 다시 녹음한 김창기 작곡의 「그날들」, 아이유와 같은 여러 후배 가수의 눈에 띈 (김형석이 만든) 「사랑이라는 이유로」와 같은 곡은 「사랑했지만」의 ‘진가’를 진작에 알아본 김광석의 비범한 안목을 또렷이 증명했다.


데뷔 앨범에서 타이틀곡의 편곡만을 담당했던 조동익은 이 앨범에서 여섯 곡을 편곡했고, 모든 곡의 베이스 연주를 전담했다. 그는 (아마도 김광석의 보컬에 넉넉한 ‘공간’을 주기 위해) 앨범에서 두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전부 (간단한 코드를 연주하는) 신디사이저 연주로만 간주를 채웠다. 그는 김광석 보컬의 영역을 해치는 (기교 위주의) 연주를 지양하며, 김광석의 자유로운 보컬을 더욱 한껏 강조했다. (예외인 두 곡 중의 하나였던 「사랑했지만」의 간주는 함춘호의 은은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자리했다.)


김광석은 악보 상의 음에만 의존하여 노래 부르지 않았다. 그는 늘 자신의 몸을 통과하는 삶을 노래에 한껏 실었다. 거의 모든 가수가 「사랑했지만」를 불렀지만, 아직도 그가 부른 버전이 더 처절하고 더 아프게 들리는 이유는, 노래에 깃든 감정에 어울리는 그늘(과 절실함)을 그가 아주 적확하게 부여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장 지적이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단순한 사랑 노래에 숨을 불어넣었다. 「마음의 이야기」와 같은 예외적인 성격의 곡에서도 그의 깊은 감정은 은은하게 깃들었다. 문대현의 곡인 「꽃」에도 그는 인간의 더운 숨을 한 줌 불어넣으며 앨범을 더욱 그윽한 향기로 물들였다.


3집을 기점으로 그의 음악은 소위 ‘화장기’가 없는 일상과 삶에 진입하며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그는 그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노래에 부딪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4집과 두 개의 다시 부르기 앨범이 거둔 성과가 눈부시지만, 이 앨범은 바로 그 눈부신 성과를 이루게끔 했던 첫 개안(開眼)이 깃들었다. 이 앨범의 상업적인 성과는 기실 부수적인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앨범은 김광석의 첫 돋을새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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