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PART 1. 75-0-0

by GIMIN

‘하늘바다’에서 70년대 클래식 록을 하던 사람들이, ‘믿음, 소망, 사랑’ 출신의 기타리스트, ‘전인권의 파랑새’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을 거친 드러머, (‘하늘바다’의 앨범 편곡 및 지휘로 참여했지만,) ‘전인권의 파랑새’를 비롯한 수많은 앨범에 참여한 하몬드 오르간 연주자와 더불어 만든 팀이 바로 ‘11월’이었다. 음악적 색깔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만든 팀이었지만, 이들의 실력은 ‘진짜배기’였다.


이들은 「독백」과 「11월 테마」 같은 곡에서 일본인 엔지니어를 초빙해 이 앨범을 녹음하는 정성 또한 들였지만, ‘훌륭한 녹음은 훌륭한 연주에서 비롯한다’는 ‘상식’을 자신들의 훌륭한 실력으로 증명했다. 특히나 앨범 전체에 흐르는 하몬드 오르간 연주는 해당 악기의 연주 테크닉을 거의 모두 집대성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김효국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진 시기는 『전인권』(1988) 때부터였겠지만, 그의 커리어 하이는 이 앨범이 아니었을까. (하늘바다 1집에서 이미 발표했던) 「거울 속의 얼굴」의 후반부 솔로 연주나, 「독백」에서 블루스 기타와 같이 꿈틀대는 오르간 연주는 오로지 그만이 구사할 수 있었으니까.


다른 멤버의 역량 또한 무시무시하다. 「머물고 싶은 순간」에서 조준형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임에도) 자신의 빛나는 기타 연주 실력을 뽐냈으며, 「어느 요일 맑음」이나 「11월 테마」의 처음 솔로를 담당하는 박기형의 드럼 연주는 깔끔한 필인과 정확한 박자감으로 곡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거울 속의 얼굴」, 「우리를 내려다 보는 이들에게」와 같은 독특한 감수성의 곡을 만든 작곡자이자, 걸출한 기타리스트인 장재환의 역량 또한 출중하기 이를 데 없다.


리버브와 같은 공간계 이펙터를 주요 사용한 이 앨범의 사운드는 바로 이들의 뛰어난 연주 역량 덕분에 보다 선명하고 청아하게 들렸다. 심지어 「착각」이나, 「머물고 싶은 순간」의 후반부를 채우는 이들의 코러스는 놀라울 정도로 밀도 높다. (앨범 전체에 등장하는 이들의 기교 없는 보컬은 도리어 이 앨범에 오리지널리티를 확실히 부여했다.) 이들은 기어이 고루하고 지루한 관습적인 사운드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사운드를 착실하게 구현했다. 전체 멤버가 저마다의 공헌을 조화롭게 가져가는 사운드를 이들은 90년대의 첫머리에 해냈다.


이들은 록이나 블루스, 소프트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을 비롯한 70년대 록을 추종한 그룹이었지만, 이 앨범은 결과적으로 가요로 부를 수 있는 결과물이 담겨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만든 이 ‘가요’는 이들이 착실하게 구현한 사운드로 인해 더욱 특별한 사운드를 지닌 앨범으로 거듭났다. 이들의 프로그레시브 록에 대한 관심사가 약간 드러난 「어느 요일, 맑음」은 이 앨범의 독특한 사운드와 ‘가요’라는 포지션이 절묘하게 겹치면서, 더욱 독특한 향취를 머금은 곡으로 거듭났다.


2집 앨범을 끝으로 11월은 흩어졌다. 어렵게 모인 조합이 구현한 훌륭한 사운드를 들을 때마다 무수한 물음표가 무수한 느낌표로 바뀐다. 의도치 않은 곳에서도 독창적인 사운드를 창안하는 이 앨범의 사운드는 들을 때마다 경이롭다. 11월은 여전히 과소평가받는 밴드다. 이 앨범의 처참한 대중적인 인지도가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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