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5』

PART 1. 74-0-0

by GIMIN

「밤의 고독 속으로」로 끝난 그의 ‘고독’은 「할렐루야」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찬송가 커버인 이 곡에서 그는 메이저 코드의 업템포 멜로디에 온몸을 맡겼다. (송홍섭의 베이스 연주와 배수연의 드럼 연주는 이 곡에서도 선명하게 활약했다.)


「향기없는 꽃」의 나긋나긋함을 지나 「넋두리」의 인트로인 (핑크플로이드의 「Time」을 오마주한 듯한) 시곗바늘 소리가 이어지면 이 앨범을 만들며 그가 진정으로 품었던 감정이 쏟아진다. 김현식의 보컬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배수연의 드럼 연주에 힘입어,) 쉰 목소리로 절규했다. 박청귀는 그런 김현식의 절망 어린 목소리에 필이 충만한 기타 솔로 연주로 답했다. 페이드아웃 직전에 외치는 김현식의 샤우팅은 절규 그 자체였다. 곡과 곡을 만드는 이는 별개라고 굳게 믿는 나는 (물론 다른 사람의 곡에서도 흔들리지만,)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몸서리 난다. 김현식의 삶을 거론하지 않고 이 곡을 거론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병든 그가 얼마나 깊은 고통을 숨기고 살았는지를, 참지 못하고 끝내 외친 이 한 곡의 절규에 온전히 들어있다.


「넋두리」를 들으며 황망한 청자의 감정을 「그거리 그벤취」와 「도시의 밤」의 유려함이 잠시 달랜다. 「넋두리」와 비슷한 곡 구조를 지닌 두 곡에서 김현식은 자신의 샤우팅을 보다 매력적으로 구사했다. 「도시의 밤」를 채운 세밀한 연주는 김현식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어울리는 (체념의 정서가 약간 깃든) 가사와 어우러져서 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보사노바 스타일에 가까운 「거울이 되어」에서 김현식의 보컬은 다시금 한껏 힘을 뺐다. 4집에 선보인 보컬과는 조금 다른 결이지만, 멜로디를 표현하는 그의 보컬은(그의 선천적인 재능을 토대 삼아) 여전히 우수 어린 감정을 자연스럽고 적확하게 표현했다. 박청귀 또한 이 곡을 섬세한 기타 연주로 채웠다.


뒤이어 나오는 (김현식이 직접 만든) 세 곡은 이 앨범의 곡 중에서 가장 듣는 이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박청귀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보다 함춘호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전면에 등장한 이 세 곡은 단순한 발라드임에도 그의 메마른 보컬로 인해 제법 쌉싸래하다. 조심스레 시작하는 「재회」에서 김현식은 정말이지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고통을 숨기지 못한 채, 세월 속에 있는 자아의 여유와 회한을 한 아름 포착했다. 「사랑의 나눔이 있는곳」의 열망도. 「밤의 고독 속에서」의 서정적인 체념도 김현식의 ‘심란한’ 목소리로 인해 되레 절절하게 들린다. 당시의 청자는 이 앨범에서 들리는 김현식의 ‘쓸쓸한’ 목소리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곧장 파악하지 못했다. 앨범이 나온 지 8개월이 지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그 ‘원인’을 알아챘다.


「할렐루야」를 들을 때마다, 5집의 통한(痛恨)이 6집의 온정(溫情)으로 선회한 점을 생각할 때마다, 그가 끝까지 ‘대중음악인'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을 때마다, 그가 청자에게 미소 지으며 꽃을 건네주길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릴 때마다, 울적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넋두리」를 들을 때마다 자꾸만 딴 짓거리를 한다. 나는 여전히 이 마음을 가만히 앉아서 들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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