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PART 4. 0-57-78

by GIMIN

일단 이 앨범의 초반 LP A면을 다 듣자마자 바로 건전가요인 「이나라 주인되어」를 들어야 했던(혹은 바로 B면을 틀기 위해 턴테이블 앞에서 대기해야 했던) 당시의 청자에게 심심(深心)한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넨다. 생각보다 구성과 컨셉이 매우 중요한 이 앨범에서 이 건전가요는 그야말로 큰 잡티였으리라. (건전가요가 없는 앨범의 완전한 버전인 이 앨범의 복각 CD가 이 앨범의 LP가 나온 지 16년 뒤에나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태원 기타 연주의 최고작’인 이 앨범을 당대의 청자는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테크닉에만 지나치게 골몰했던 당대의 한국 헤비메탈 기타리스트와 다른 방식으로 사운드를 구축하는 길을 거의 처음 개척했다. 이 앨범은 (물론 그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톤과 필링에 중점을 둔 기타 연주로 메탈 사운드를 구축했던, 그의 커리어하이다.


물론 이 앨범에서 키보드를 맡은 서영진 또한 이 앨범의 사운드에 상당히 많이 기여했다. 「천국에서」나, 「Jill's Theme」을 능수능란하게 연주했던 그의 키보드 연주 솜씨는 이 앨범의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성격’을 상당 부분 뒷받침했다. (훗날 「마지막 콘서트」로 ‘편집 및 축약’ 과정을 거친) 「회상 Ⅲ」 또한 서영진의 섬세한 키보드 연주가 곡의 설득력을 더욱 부여했다.


이 앨범의 콘셉트(이자 김태원의 영원한 화두)인 ‘기억’을 이들은 이 앨범 A면의 ‘회상’ 연작으로 풀어냈다. 「회상 Ⅰ」은 (이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마음껏 구사한) 김태원의 블루스 기타 연주가 (이승철의 목소리에 엇갈리는 김태원의 코러스와 더불어) 곡이 지닌 유년의 아픈(그렇기에 더 아련한) 흔적을 보다 웅숭깊게 표현했다. 곡의 마지막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열 꼬마 인디언’ 끝 음에 맞춘 김태원의 기타 연주가 이 곡과 다음 곡인 「회상 Ⅱ」을 연결했다. 이승철의 여린 보컬은 기나긴 고난 속에 ‘고립’된 유년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대변했다. 「회상 Ⅱ」 연작의 연결곡이라는 한계를 훌륭한 연주로 보완했던 (특히나 곡의 후주를 가득 채운) 김태원의 기타 연주도 좋지만, 다이나믹한 드러밍과 곡에 착 들러붙는 섬세한 드러밍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한 김성태의 준수한 드럼 실력 또한 이 곡에서 잘 드러났다. (김성태의 이런 출중한 드럼 연주 실력은 이보다 더 복잡다단한 구조를 지닌 「천국에서」의 리듬을 확실히 다잡았다.)


「회상 Ⅲ」과 「슬픈 사슴」은 결과적으로 이 앨범에서 대중적인 어프로치를 담당했지만, 사실 이 두 곡은 앨범의 음악적 핵심이기도 했다. 전자가 뮤지션으로 타락한 ‘자신’을 씁쓸한 뉘앙스로 고백했다면, 후자는 이뤄지지 않는 사랑의 불가능성에 대해 (이승철과 김태원의 보컬로 나눠가며) 절규했다. (라틴 리듬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곡 「2월 7일」 또한 이채롭지만,) 그러나 이 앨범의 절정이 말 그대로 ‘대곡’인 「천국에서」와, 엔니오 모리코네의 클래식 곡을 블루스와 메탈로 치환한 「Jill's Theme」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전작의 방식을 그대로 취한 인상이 짙지만, 이 앨범이 주는 설득력이 이 두 곡 또한 무람없이 떠안아서 더욱 빛난다. 아니, 오히려 이 앨범 안에 깃든 비극성이 이 두 곡의 드라마틱한 표현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은 이후로 여러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끝내 (팀 이름에 걸맞게) 이들은 되살아났다. 그러나 이 앨범처럼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줏대’와 대중친화적인 ‘참신함’이 정교하고 절묘하게 얽힌 앨범을 이들은 더 이상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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