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0-89-61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는 꽤 지독한 복수극이다. (이적이 연주한) 재즈 피아노 연주와 (김동률이 현악 편곡과 지휘를 맡은) 스트링 사운드, 단순박자와 복합박자를 넘나드는 곡의 리듬 구조, 느린 벌스와 더 느린 브릿지와 빠른 훅, 조바꿈과 (이 앨범의 곡에 특히 많은) 반복 악구를 비롯한 이 곡의 모든 복잡한 음악적 요소가 복수의 내용을 더욱 강조한다. 심지어 이 모든 복수에 ‘어릿광대’의 서러운 죽음에 있음을 지긋지긋하게 강조한다. 이러한 다이내믹한 구조로 인해 많은 가사가 들어있는 이 곡이 장황하게(또는 지루하게) 들리지 않는다.
몸에서 나는 소리를 샘플링한 「냄새」의 기괴한 피아노 사운드가 끝나면, 이적의 피아노와 김진표의 내레이션이 「UFO」의 처음을 장식한다. 이적의 피아노 연주와 유앤미 블루의 기타 연주, (훵크의 영향이 짙은) 이태윤의 베이스 연주, 김효국의 오르간 연주와 드럼 연주까지 이 곡 안에서 저마다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김세황의 훵크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혀」 또한 복잡한 리듬을 지닌 곡임에도, 차은주의 코러스까지 선명히 들린다.
이 앨범에서 김진표의 랩과 내레이션은(반항하고 싶어도 도저히 반항할 수 없는 증오를 어눌한 랩으로 표현한 「mama」조차도) 전작에 비해 훨씬 분명히 들리며 이적의 (훵크의 영향이 짙은) 보컬과 잘 어우러졌다. 이적의 베이스 연주와 박성진의 기타 연주가 훌륭한 「벌레」에서 ‘선생’의 목소리를 내는 이적의 목소리는 김진표의 랩에 음악적 당위를 부여했다. (이적은 또한 의도치 않게 피해자의 내면화된 가해자를, 풍자와 냉소를 곁들이며 제대로 표현했다.)
삐삐밴드와 같이 협업한 「불면증」은 밴드의 불협화음 연주를 인트로에 내세우며 아귀다툼 속에서 조롱받는 영혼에 깊이 접근한다. 이윤정의 신경질적인 보컬과 이적의 지친 듯한 보컬은 이 영혼의 ‘불면증’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듯하다. 또한 시달리는 영혼에게 두 눈을 감으며 자기 자신이 되라고 슬며시 권하는 듯하며 시나브로 잦아드는 듯하다. 그러나 이 ‘결론’은 후반부의 이윤정과 이적이 부르는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기어이 산산조각 난다.
「강」은 지독하리만치 시달리는 영혼의 자폐적인 서정 속에서 유유히 흘렀다. 「사진」은 이 앨범의 ‘서사’가 그저 닫힌 텍스트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불길한 뉘앙스의 피아노 연주 또한 생생히 들린다. 속삭임마저도 분명한 (특히나 이 앨범에서 더욱 날카롭게 들리는) 이적의 보컬은 정교한 테크닉보다, 개성 있는 톤으로 이 앨범의 사운드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불온한 육체적인 저항과 불안한 내면적인 잔향을 전위적인 장르의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반영한 이 앨범은 대중음악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했을 로직과 감정과 스탠스를 처음으로 온전하게 (뮤지션의 의도에 따라 뚜렷이) 이야기하는 데 성공했다. 눈치 보지 않고 만든 이 앨범의 독창적인 ‘입담’이 이 앨범의 사운드를 오롯하게 만들었다.
이 앨범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이 앨범에 손가락질하며, 음반 사전 검열 제도가 ‘부활’ 해야 한다고 외쳤던 이들과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도 잊지 않았다. 이 앨범의 말마따나, 모든 죽음은 ‘그냥 잊히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