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Ⅱ』

PART 4. 0-48-23

by GIMIN

「우리들」의 보컬 멜로디를 노래하는 이봉환의 목소리는 꽤나 호쾌한 맛이 살아있다. 배철수의 하드 록 기타 연주와 이정선의 훵크 록 기타 연주와 김상복의 두툼한 베이스 연주가 이를 든든히 뒷받침한다. (애당초 이 곡은 김정선과 오승동이 몸담았던 밴드 ‘4막 5장’의 앨범에 먼저 들어간 곡이지만,) 이 앨범에서 이 곡은 ‘송골매’로 똘똘 뭉친 이들의 자신감을 대변했다.


블랙테트라 2집에 먼저 들어간 (구창모가 만든) 「내 마음의 꽃」과 활주로 시절부터 배철수와 함께한 송골매의 전(前) 기타리스트 지덕엽이 작곡하고, 활주로 앨범 녹음부터 함께한 송골매의 전(前) 베이시스트 이응수가 작사하여 송골매 1집에 넣은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가 자연스럽게 결합한 「내 마음의 꽃/길지 않는 시간이었네」*는 이 앨범이 조화로운 통합으로 나온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 두 곡을 (같은 BPM을 유지하며) 곧장 (또한 자연스럽게) 이었다. (이른바 ‘길지 않는 시간이었네’ 파트를 일종의 로큰롤로 소화한 이들의 연주 또한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하다.)


「하다 못해 이 가슴을」에서 거의 불을 뿜는 오승동의 드럼 연주나, 「다시한번」, 「빨리빨리」을 훌륭히 소화하는 이봉환의 키보드 연주도 좋지만, 이 앨범에서 김정선의 기타 연주와 김상복의 베이스 연주는 출중하기 이를 데 없다. (시대를 한참 앞서간 미감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인트로만 가지고 말하는 게 아니다. 김상복의 베이스 연주는 「그대는 나는」과 같은 잔잔한 곡에서조차 미진함이 없는 표현력을 드러냈고, 이정선의 기타 연주는 (송골매 1집에 먼저 들어간) 텁텁한 골계미의 「세상만사」를 날카로운 풍자로 승화시켰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는 이 앨범의 두 하이라이트다. 김상복의 베이스 연주와 이봉환의 키보드 연주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김수철이 작곡한 곡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곡들 중 하나인) 「모두 다 사랑하리」는 구창모 보컬의 유려함에 힘입어 한층 더 세련미를 얻었다. 이 곡에서 드러난 그의 (탄탄한 딜리버리와 좋은 댐핑을 모두 겸비한) 유려한 보컬 실력은 그를 당대의 보컬리스트로 즉각 올려놨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같은 '빠른' 곡에서도 그의 유려함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이 앨범에서 「세상만사」, 「그대는 나는」, 「하다 못해 이 가슴을」을 부른 배철수의 보컬 또한 소홀히 다룰 수 없다. 그의 텁텁한(또한 의외로 섬세한) 보컬은 구창모가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소화하며, 자칫 가볍게 흘러갈 수 있었을 이 앨범의 흐름을 보다 굳건히 다잡았다. 그는 또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리듬감이 있는 기타 연주 실력을 이 앨범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앨범은 이정선의 화려한 테크닉을 바탕 삼은 기타 연주와 배철수의 리듬을 바탕삼은 든든한 기타 연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졌기에 훨씬 훌륭한 앨범이 될 수 있었다.)


성격이 거의 다른 두 밴드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이 앨범은 이들에게 대중적인 인기와 음악적인 성과를 동시에 안겨줬다. 이후로도 이 라인업의 ‘송골매’는 두 장의 앨범을 더 내놨지만, 이 앨범에 차고 넘치는 ‘신선한 대범함’을 다시 재현하지 못했다. 물론 이들의 3집과 4집도 충분히 좋은 앨범이다. 그러나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자꾸만 이들이 잃은 것을 더 안타까워하는 편에 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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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앨범의 초판 LP에 써져있는 이 곡의 제목을 그대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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