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X-97-98
‘Where The Story Ends’의 명의로 낸 (윤상에 대한 오마주를 거의 처음 시도한) 이들의 데뷔 앨범은 제법 괜찮은 일렉트로니카 음반이었다. 코나 출신의 기타리스트이자, 송라이터였던 배영준이 김상훈과 한재원과 더불어 (이들이 직접 노래도 불렀지만) 주로 객원보컬 시스템을 차용하여 만든 이 데뷔 앨범은 나오자마자 조용히 묻혔다. 댄스 뮤직과 일렉트로니카 뮤직을 미처 구분하지 못했던 당대의 대중에게 이 데뷔 앨범은 (딥 하우스와 같은 장르의 곡도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댐핑과 킥이 ‘약하게 들리는’) 약간 ‘생경한 앨범’처럼 들렸으리라.
4년간의 절차부심 끝에, 이들은 이 두 번째 앨범을 내놨다. 이들은 (그룹 이름을 ‘W’라 개명하고 낸) 이 앨범을 독특한 멜로디를 지닌 일렉트로니카 팝 트랙으로 채웠다. 이들은 김상훈을 (오버 더빙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곡과 사운드에 잘 묻는 멋진) 메인 보컬로 내세우며 리얼 악기 연주(및 사운드)를 곡의 전면에 내세운, 일종의 밴드 사운드를 이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구현했다. (이런 이유로 이 앨범에선 배영준이 기타를, 한재원이 서브 보컬, 키보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김상훈이 기타, 베이스, 보조 키보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맡았다.) 이 앨범의 드럼 파트는 전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었지만, 이들은 리얼 악기와 컴퓨터 프로그래밍 사운드(로 만든 드럼 사운드)를 조화롭게 프로듀싱하며 자칫 불거질 수 있었을 특유의 ‘위화감’을 해소했다. 이들은 또한 전작의 객원 가수 방식을 다시 차용하여, 당시 소속사였던 플럭서스에 있었던 지선, (O.S.T. 작업 중에 인연을 맺은) 민경나와 같은 가수와 협연했다.
「소년세계」의 인트로에서 전자음에 뒤이은 (배영준이 연주한) 멋진 톤의 기타 연주는 전작의 사운드보다 훨씬 직관적인 이 앨범의 사운드를 청자에게 확실하게 소개했다. 김상훈의 베이스 태핑 연주가 인상적인 디스코 풍의 명곡 「Everybody wants you」, 배영준이 글램 록 특유의 기타 톤을 멋지게 기타 연주에 녹인 「Shocking Pink Rose」, 기차 주행하는 소리를 비트로 치환해 만든 「은하철도의 밤」, 악기 사운드와 목소리의 음파를 섬세하게 변형해 만든 「Highway Star」나, 민경나의 보컬과 재미난 사운드 소스가 재치 있게 결합한 「Lemon」 또한 일렉트로니카 팝이 지닌 매력을 한껏 뽐냈다. 데뷔 앨범에서 들려준 ‘전자음’을 철저히 곡에 맞게 구사한 이들의 ‘선택과 집중’이 이 앨범을 더욱 신선한 앨범으로 만들었다.
전작에 비해 정박의 하우스 리듬을 꽤 많이 사용했지만, 그 점이 이들의 독특한 감수성에 강한 설득력을 되려 부여했다.「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같은 곡에서도 ‘고양이의 시선’이라는 참신함이 돋보이는 이 앨범은 「거문고 자리」의 독특한 고어(古語) 표현이나, 「Let's Groove」의 유려한 위태로움 또한 넉넉히 다뤘다. 이 앨범의 사운드가 일종의 대중적 타협이 아니라, 장점을 더욱 강화한 이들의 음악적 선택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다. 유려한 멜로디가 독특한 감각의 가사와 합쳐진 독특한 미감을 이들은 오롯이 창출했다.
이 새로운 ‘바람’은 어디서 왔을까. 앨범의 마지막 곡인 「경계인」에 이르러 이 ‘바람’의 근원(에 대한 귀띔)이 조금 나온다. 이들은 ‘음악은 자유를 꿈꾸는 일’이라는 점을 그윽한 헌사로 구현하며, 이들의 차례를 마쳤다. 생각할 부분까지도 신선한 이 앨범의 ‘바람’은, 요즘 따라 더욱 굳건한 ‘장벽’을 지금도 시원스레 무너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