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X-26-26
‘음악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절망과 ‘음악은 현실을 폭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앨범에서 서로 드잡이 한다. 이 앨범은 이들이 내건 이른바 ‘조선펑크’라는 슬로건이 이 땅에서 벌어졌던 ‘싸움’을 일컫는 말이었음을 (문어체 가사를 위시한) 치열한 ‘현장’으로 구현했다.
브라스 연주가 나오는 「청년폭도맹진가」를 제외하고, 고경천의 키보드 연주(와 코러스)와 밴드의 연주로만 사운드를 온통 채운 ‘난투 편’은 소위 ‘정통’ 펑크록 사운드를 견지했다. 절규로 가득한 「날이 저문다」, 풍자적인 뉘앙스의 「애국가」, ‘독립군가’의 영향을 받은 「청년폭도맹진가」, 「Jailhouse rock」의 인트로를 오마주한 「티브이파티」까지. (위악(僞惡)을 표방한 이성우의 보컬을 위시하며) 이들은 ‘거대 권력’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충분히 패러디하고 마음껏 조롱하면서도 절묘하게 반격을 가했다. 「청년폭도맹진가」의 여유로운 기타 백킹 연주는 혈기로 가득했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십대정치」와 차승우의 ‘절규’가 인상적인 「Viva 대한민국」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 세상의 멱살을 열심히 움켜쥐려 했다. 「잡놈패거리」의 ‘선언’은 바로 이런 맥락 속에서 울려 퍼지기에 더욱 감동적으로 들린다. 연결곡인 「98년 서울」과 「정열의 펑크라이더」는 (두 곡의 가교를 담당한 고경천의 키보드 연주가 훌륭하지만,) 「잡놈패거리」의 선언을 이행하는 거대한 군상화처럼 들린다. (입대한 정재환을 대신해 참여한) 김정준의 베이스 연주는 이 두 곡에서 더욱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뷔 때부터 이들이 수용했던 ‘스카펑크’를 이들은 ‘청춘예찬 편’에 남김없이 풀었다. 첫 곡인 「성난 젊음」서부터 (T.S.T 혼 섹션이 담당한) 브라스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퍼커션 사운드 또한 적극 활용한 이 파트는 그러나 청춘을 곧이곧대로 예찬하지 않았다. 이들은 청춘의 내면과 현실을 아이러니와 독설로 풀었다. 「제발 나를」의 절규는 퍼커션 사운드로 인해 골계미가 넘치고, 「생기 없는 모습」의 떼창은 한결 차분해서 더 슬프게 들린다. 「너 자신을 알라」는 업 템포의 곡임에도 이들의 냉소 어린 사유가 생생하다. 이 파트의 가장 좋은 곡인 「이 땅 어디엔들」의 끝에서 치솟는 힘도, 「바다 사나이」의 호기도, 이러한 역설적인 ‘예찬’을 되레 빛낸다. 첫 파트보다 훨씬 다양한 음악적 성격을 통과했는데도, 뒤엎을 수 없는 절망의 냉철함이 이 파트를 무겁게 짓눌렀다. 「청춘은 불꽃이어라」는 바로 그 점에 저항하듯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활활 타올랐다. 이 곡은 특히나 대니 정의 색소폰 솔로 연주와 (트롬본에 이한진 대신 최선용이 참석한) T.S.T 혼 섹션의 브라스 연주가 (스카 펑크 특유의 촌스러운 사운드와) 문어체 가사와 제법 멋들어지게 어우러졌다.
힘찬 함성과 피눈물을 동시에 내뿜는 이 앨범은 자신들의 패배와 절망을 되갚기 위해 다시금 주먹을 쥐고 일어섰다.「날이 저문다」의 석양이 지핀 불을 「청춘은 불꽃이어라」까지 번지게 한 이들은 각자의 마음에 ‘불’을 담으라 외쳤다.「전자펑크 리믹스메들리」는 이 ‘결론’을 좋은 의미로 엎었다. 앨범 프로듀서인 김재준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래밍 반주 위에서 자신들의 곡을 패러디한 이들은, 이 앨범에도 주저 없이 가운뎃손가락을 날렸다. 자기 자신까지도 비판하길 주저하지 않은 이들의 태도가 이 앨범을 불멸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현실에서 패배했을지언정, 이 앨범에서 승리했다. 절망이 깐 순환 선로를 (탈선 위험에도 괘념치 않고) 끊임없이 질주하는 이 폭주 기관차는 지금도 우렁찬 기적소리를 내며 ‘정상’ 운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