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g beats』

PART 5. X-77-39

by GIMIN

다양한 샘플을 한데 엮어 새로운 감흥을 창안하는 이 앨범의 음악은 영리하기 이를 데 없다. 당시의 거의 모든 힙합 ‘프로듀서’가 대중의 귀에 익숙한 샘플을 깔끔하게 도려내어 빈약한 자신의 곡을 가득가득 ‘보충’했을 때, 그는 (턴테이블리즘의 정신에 입각해서) LP 노이즈까지도 고스란히 샘플링하며, 이 앨범의 사운드를 참신하게 가꿨다.


그 당시에 어느 누가 (이 앨범의 걸작 중 하나인) 「candy funk」와 같은 ‘질감’의 곡을 구상하고 만들 수 있었을 까. 우직한 고집과 독특한 감각, 영리한 프로듀싱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이 앨범의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촌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morning」의 과감한 어프로치는 여전히 경악스럽고, 「piano suite/loop of love」를 기민하게 결합한 재능은 여전히 놀랍다. 「음악시간」의 샘플과 동일한 샘플을 사용한 (Skit인) 「보통 빠르게/느리게」의 재치는 여전히 유쾌하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summer 2002」의 사운드가 지닌 높은 밀도 또한 그 이전의 청자가 미처 접하지 못한 질감의 사운드를 내포했다.


이 앨범에 참여한 래퍼의 랩이 담긴 트랙 또한 인스트루멘탈 트랙에 못지않게 뛰어난 곡이 많기 때문이다. 랩 또한 자신이 구축해야 할 사운드로 파악하여 가다듬은 그의 완벽주의가 이런 성과를 가능케 했다. 랩의 질감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한 그는 이 앨범에 참여한 래퍼의 랩과 ‘입체적인’ 관계를 맺는 사운드를 만들었다. 엠씨 메타의 (저음부가 강한) 랩과 기타 사운드 루프가 어우러진 「浮草(부초) (80日間 [일간] 世界一周 [세계일주] 外傳 [외전])」의 사운드는 곡 특유의 ‘멋’과 ‘맛’을 동시에 챙겼다. (나중에 다 크루(Da Crew)의 앨범에도 실린)「일탈충동」에서 Seven의 랩이 지닌 질감에 맞춰 드럼 사운드의 질감을 살짝 바꾸거나, 키보드 사운드와 베이스 사운드를 군데군데 ‘찔러 넣는’ 그의 솜씨는 꼼꼼하기 이를 데 없다.


앨범의 후반부는 (당시의) 그가 구현할 수 있었던 소리의 ‘진수’만이 모여있다. 「story」은 리오 케이코아의 자전적 성격을 반영한 랩을 감각적인 글리산도 주법의 피아노 연주 샘플과 만나게 한 그의 선택이 탁월하게 작용한 곡이었다. 「sign(숨과 꿈)」에서 MC 성천이 난해한 한자어 라임이 든 랩을 성명절기(成名絶技)처럼 사용할 때, 그는 (곡의 피치를 정교하게 조정한) 섬세한 짜임새의 비트로, ‘난해’라는 굳건한 대지에 숨구멍 같은 강을 텄다. 대팔의 여유로운 랩이 그윽한 「선인장」에서 그는 베이스 사운드와 드럼 사운드에 약간의 소스를 더하며 곡의 그윽함에 운치를 더했다.


랩이 없는 인스트루멘탈 트랙도, 랩 트랙도 그의 존재감을 발휘한 이 앨범은 그가 개척한 소리의 영토가 상당히 광활하다는 점을 청자에게 천명했다. 턴테이블리즘을 제대로 실천했지만 듣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던 그의 음악적 센스가 이 훌륭한 앨범 안에서 반짝거린다.


그가 쌓고 지은 이 ‘소리의 집’에서 수많은 한국 힙합 뮤지션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한국 힙합은 그의 줏대 있는 소리에 힘입어 (단순한 추종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은 (독창적인) 소리를 모색할 수 있었다. 매우 깊어서 다 헤아릴 수 없는 그의 소리에 대한 탐구가, 이 묵직한 앨범을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미쁘기 한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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