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茶飯事(일상다반사)』

PART 5. X-66-46

by GIMIN

연주곡인 「Breezy」에 들리는 조원선의 스캣(Scat)은 9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이 미처 획득하지 못한 수더분함과 나른함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마치 반복을 거듭하는 일상처럼 이 곡의 멜로디를 하나의 루프처럼 반복했다. 조원선의 키보드 연주와 이상순의 펑키한 기타 연주, 지누의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연주가, 객원 드러머로 참여한 이상훈의 스네어 드럼 위주의 드러밍과 더불어 자잘한 변용을 발휘하며, 자칫 불거질 수 있었을 지루함을 산뜻하게 상쇄했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전작인 1집의 서늘한 세련미(와 명백한 오류)를 상실했지만, 그 상실이 아쉽지 않을 정도의 사운드로 충만했다. 「가만히 두세요」의 인트로서부터 등장하는 지누의 태핑 주법의 베이스 연주나, 「떠나가네」와 「힘을 내요 미스터 김」에 등장하는 이상순의 훵키한 기타 연주는, (전작에서 이들이 주로 구사한 톤을 살린 연주에서 벗어나) 좀 더 명징한 음을 내는 (피킹 연주를 비롯한) 연주로 선회한 이들의 연주 방식을 제대로 드러냈다. 이 앨범에서 지누의 베이스 연주는 베이스 악기 특유의 음장감이 더욱 강하게 들렸고, 이상순의 기타 연주는 (그의 기타 연주가 지닌 장점인) 필링에 샤프니스와 정교함에 확실하게 깃들었다. 조원선의 키보드 연주는 (이상훈의 명확한 드러밍까지 합쳐서) 자칫 소화불량이 될 수 있었던 이 앨범의 사운드를 하나의 톤으로 추렸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적 기조를 잃지 않았으며 더욱 확실한 밴드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김」이나, 「runner(day by day)」의 사운드는 이들이 1집의 세련미를 완전히 잃지 않았다는 점을 청자에게 알렸다.)


이들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앨범을 홈레코딩으로 만들었기에, 「어느 하루」 전반부의 다소 실험적인(?) 사운드 믹싱 또한 시도했으리라.(이상순이 자신의 베스트 기타 연주가 들어간 곡이라 말한) 이 곡은 (특히 헤드폰으로 들으면) 처음부터 왼쪽으로 완전히 패닝 된 이상순의 기타 연주와 오른쪽으로 완전히 패닝 된 (팝 필터를 쓰지 않은) 조원선의 목소리가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간주 전에도 점점 합쳐지지만) 간주 연주가 끝날 때서야 (베이스 연주에 호응한 드럼 필인[Fill-in]과 함께) 비로소 곡은 정석적인 스테레오 믹싱 상태의 사운드로 되돌아간다. 조원선의 목소리는 그 와중에도 정중동(靜中動)을 유지하다 체념의 스캣(Skat)을 흥얼거린다.


이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을 만든 조원선은 보컬로도 이 앨범의 모든 곡을 완벽히 장악했다. 음악적 성격이 다른 (해금의 새로운 ‘표현’법을 창안한) 「love virus」, 「말하지 못한 이야기」, 「떠나가네」, 「일상다반사」을 모두 멋지게 소화한 그이의 효율적인 보컬은 이 앨범의 수록곡과 일관적으로 (감정적) 거리를 두며 여백을 만들었다.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한 「일상다반사」는 바로 이러한 거리감 덕분에 청자가 그 여백 속에 들어앉아 편안히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이들의 1집이 소위 ‘조인트’ 앨범이고, 이들의 3집이 소위 ‘롤러코스터 식 일렉트로니카’ 앨범이었다면, 이 앨범은 ‘롤러코스터’라는 ‘밴드’가 만든 앨범이었다. 이들은 이 앨범에서 좀 더 ‘각진 사운드’를 구축했다. 이들이 구축한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강박적인 세련미를 탈피한) 이 명확하고 수더분한 사운드의 세계는 일상과 감정을 퍽 담백하게 조망했다. 덕분에 지금도 이 앨범은 한결 산뜻한 뉘앙스로 피부에 직접 와닿는다. 소위 ‘개성’ 시대에서 ‘개인주의’의 시대로, 우리네 의식이 서서히 옮겨갈 무렵의 사운드를, 이 앨범은 잘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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