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유빈 Jul 22. 2024

5화 : 입사, 그리고 부서 배치

내가 일본에 취업했던 이유 (5화)

호텔에서의 2주 간의 자가격리가 끝난 후,

국내선을 타고 도쿄 하네다에서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으로 이동했다.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국내선을 타고 홋카이도로 올라가며 보았던 츠가루 해협. (왼쪽이 혼슈, 오른쪽이 홋카이도이다.) 2020년 11월


공항에는 1차 면접때부터 보던 인사부 차장님과, 내가 배속될 부서의 과장님이 마중 나와 계셨다.


근 1년, 오래간만에 뵈니 너무 반가웠다.

공항에서 1시간 정도 회사 차를 타고 사택으로 이동했다.


사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았고, 지은지 몇 개월도 채 안되었던 신축이어서,

새 집 냄새가 풀풀 나는 곳이었다.

한 건물에는 1층에 4개, 2층에 4개. 총 8개의 집이 있는 형태였고,

문 1개로 들어가서 여러 집이 나뉘어져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문도 8개가 달려 있었다.

(2층의 경우에는 1층에서 문을 따고 들어가 계단을 통해 올라가게끔 되어 있다.)


당시 회사 사택 내부
당시 회사 사택 내부


짐을 풀고, 차장님, 과장님, 그리고 회사에 한명 있었던 한국인 직원 한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이 한국인 직원도 나와 같이 CIJ 박람회를 통해서 취업했던 직원이다. 나랑 동갑이지만 빠른 년생이라 나보다 1년 일찍 입사했다.)

입사일은 그 다음 주 화요일이라고 하셨다.


주말동안에는 한국인 직원 친구가 나를 데리고 휴대폰 개통을 도와주었고,

홋카이도의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소개시켜 주었다.


입사 전 주말 동안 둘러 본 회사 주변 동네의 모습

기다리던 입사식


2020년 11월 9일 화요일. 기다리던 입사식.

홋카이도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해 주는 듯, 눈이 쏟아졌었다.

회사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이번 년도 첫 눈이라고 했다.


일본 회사 특성 상, 회사에서는 매일매일 아침 조례가 있었다.

입사 당일 조례에서 사장님께서는 200명 가량 되는 사무실 직원들 앞에서,

'임 군은 코로나로 인해 6개월 정도 입사가 늦어졌고, 한국에서 고생해서 온 친구니까 다들 잘 챙겨줬으면 한다.' 라고 하시며 나를 소개시켜 주었고, 선배들 앞에서 간단하게 한 마디 스피치를 하게 되었다.


끝난 이후 입사 서류를 작성하고, 여러 부서 분들과 인사하게 되었다.


입사 당일 회사에서 바라본 전경
처음 먹었던 회사 도시락

철저했던 일본의 신입 사원 교육


일본 회사는 신입사원 교육이 정말 잘 되어있다.

원래대로라면 4월 입사해서 동기들과 함께 신입사원 교육을 받았어야 했었으나, 나는 늦게 들어온 사정 상,

교관분들께 맨투맨 특훈을 받았다.

(거의 과외 수준이었다. 한명 대상으로 두 분의 어드바이저 (교관)가 교육을 해주시니)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운전, 정비부터 시작해서, 각 지역에 분포된 영업소 방문까지.

(덕분에 트랙터, 콤바인은 아직도 운전할 수 있다. 손에 익어서..)


교관님 두 분 중 한분은 정비공장장을 하셨던 분이셨다.

어떤 직원이, 트랙터 앞에 다는 500kg 짜리 추 (보통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단다.)를 실수로 앞에 있던 트랙터 추와 부딪혔을 때도, 소리만으로 알아챘던 사람이었다.


내가 처음에 공구질을 잘 못했을 때, 웃으면서 몇 번이고 다시 알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절대 화를 안내셨던 분이었다. 근데 그 웃음이 정말 무서웠다..)


한 분은 중국 지사의 사장을 하셨던 분이고,

레분토 (礼文島)라고 하는 홋카이도 맨 윗 자락 한 섬 출신이셨던 분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공구라는 것을 만져봤다. 군대에서는 갈갈이라고 하는 라쳇 렌치, 메가네 렌치, 에어 임팩트 렌치 등등..

손에 익으니 재밌더라. '아, 이건 볼트를 이 정도만 조여야 되고'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보통 6개월 정도 받지만, 나는 사정 상 2개월 정도 특훈을 받고 끝났었다.


회사 전시장 창고 내부에서 찍었던 사진 (회사 차와 비교해보면 트랙터 크기가 정말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첫 급여 날


1개월이 지나고 첫 월급을 받았던 당시, 급여의 30% 이상이 세금으로 빠졌고,

전기세 (158KWh = 5,334엔 (당시 한화로 53,000원)),  수도세 (29m3 = 9,727엔 (당시 한화로 96,000원)), 등유료 (우리나라로 치면 가스비) (72L에 5,904엔 (당시 한화로 58,000원))이다 보니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게 월급에 들어왔다.


전기세는 같은 용량을 사용할 떄, 우리나라에서는 25,100원이고, 수도세는 21,750원이니

전기세는 대략 2.1배 차이였고, 수도세는 4.4배 차이났던 셈이었다.



본격적인 부서 배치와 실무 시작


교육이 끝나고 나는 농업 시설 부서로 배치 받았다.


시설 부서는 말 그대로 농업 시설 (라이스센터, RPC (우리나라로 치면 미곡종합처리장이다. 농부들이 벼를 가지고 오면 그것을 계량하고 건조하고, 정제하고 포장하고 저장하고 출하하는 일종의 공장 같은 개념이다.))의 공정도와 도면을 CAD로 설계하고, 실제 공사가 진행되면 현장 시공 관리를 하는 부서였다.


보통 JA (우리나라로 치면 농협과도 같다)에서 수주를 따오거나, 농업 법인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처음에는 CAD 도면 설계와 함께, 농업 법인 시설 보수 공사 현장 관리를 위해, 다녔었다.


당시 과장님께서 설계 지시하셨던 프로젝트
시공 관리 현장에서 찍었던 사진


때로는 JA 영업을 뛰러 다니시는 과장대리 선배를 따라다니기도 했다.


당시 회사 1층에 위치해 있던 우리 부서 사무실 내부


다음 화에서.

이전 04화 4화 : 입국 그리고 2주 간의 호텔 격리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