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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빈 Jul 22. 2024

내가 일본에 취업했던 이유 (6화)

6화 : 부장님과 과장님의 선물.

부서에 배치되고 얼마 안되어,

과장님께서 나를 데리고 마트로 가셨다.

"임군, 한국에서 오느라 고생 많았을텐데,
여기 이제 슬슬 한창 추워질 때니까 이불 골라봐. 내가 사줄게."


한창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겨울에 정말 추운 강원도가 고향이었으니,

홋카이도의 추위를 만만하게 봤던 거다.

(홋카이도는 강원도만큼 건조한 칼바람이 불지는 않지만, 온돌 보일러가 없기에 사택 내부에도 공기가 정말 차갑다. ‘공기가 싸늘하다’라는 느낌을 당시 처음 느꼈다. 등유 스토브 하나로 버텨야 하는 홋카이도의 추위였다. 눈은 4월 말까지 쏟아졌다.)


당시 눈보라가 몰아쳤던 홋카이도의 어느 1월 달 모습


내가 결정을 못하고 있으니, 과장님께서 두꺼운 이불로 대신 골라주셨다.

또 필요한 물건들이 없냐고 물어보신다.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생활에 필요한 것들 이것저것 골라서 사주시더라.


덕분에 눈바람이 휘몰아치던 날에도 사택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일하던 도중 부장님이 나를 끌고,

우리나라로 치면 하이마트 같은 전자제품 판매점인 야마다 전기 (ヤマダデンキ)에 데리고 가셨다.


"임군, 일본어 실력을 더 키우려면 TV를 봐야해. 내가 사줄 테니까 같이 가자.
대신에 다른 직원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당시 판매점에는 싼 중국산 TV가 굉장히 많았었는데,

부장님께서는 중국산 말고 제대로 된 걸로 고르자고 하시더라.


결국 5만엔 (당시 한화 50만원)짜리 히타치 제품을 사주셨고,

사택에 와서 TV 선도 직접 연결해주셨다.


덕분에 업무가 끝나고 사택에 와서는 TV로 일본 개그 프로그램, 뉴스를 실컷 볼 수 있었다.

TV에는 내가 모르던 일본어 표현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덕분에 일본어 표현의 뉘앙스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부장님께서 사주셨던 TV (2020년)


그 일이 지나고 얼마 안되어 부장님이 퇴근 전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신다.

"임군. 이거 아는 사람이 시즈오카에서 가져온 귤인데, 한번 먹어봐.
일본에서 귤은 시즈오카가 엄청 유명해."


부장님께 받은 귤을 사택에서 먹어보니, 달달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산 감귤인 셈이다.


당시 부장님께 받았던 시즈오카산 미캉 (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부장님께서 나를 부르신다.

"임군, 이거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임연수어 (홋케)인데 아는 사람한테 받았거든.
가져가서 먹어봐."


상자에 담긴 생선은 내 키보다 조금 아래일 정도로 컸었다.

과장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홋카이도 특유의 챵챵야키 (ちゃんちゃん焼き) 요리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나에게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이름도 참 귀엽다. 챵챵야키라니)


회사 앞 슈퍼마켓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사서 사택에 돌아왔다.

상자를 열어보니 요 놈을 어떻게 손질해야 될까 부터 고민했다.

마침 한국에 있던 중학교 친구랑 영상통화를 했었는데, 이 친구도 생선 사이즈를 보니 이거 인증샷 찍어야 되는거 아니냐더라.


해군 시절 잠시 배에서 조리병으로 있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하나하나 손질했다.

한 1시간이 지났을까. 살을 다 발라내도 락앤락 4통이 꽉 찰 정도였다.


우선 먹을 수 있는 분량만 요리해서 먹기로 했다.

그렇게 내 생애 처음의 챵챵야키 요리가 완성되었다.

(이 후, 남은 생선들은 매일매일 구이와 튀김을 해 먹어도 양이 줄지 않아, 결국 한국인 친구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살은 됐고.. 요 생선 대가리는 어떻게 하지?
근데 자연인에서 나왔던 생선대가리 카레는 어떤 맛인지 궁금한데...'


생선 대가리는 결국 버렸다. 도저히 그건 도전해볼 생각도 못하겠더라.


당시 처음 요리해본 챵챵야키 (ちゃんちゃん焼き)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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