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지척에 두고도 죽을힘을 다해 물러나니 이 분노보다 나은 선택을 하길 바라네"
미스터 선샤인의 애신의 대사다.
죽음과도 같은 복수의 대상을 만나 그럴 수 있음에도 대의를 위해 물러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그리고 그들이 지키고자 한 대의란 무엇이었을까?
나는 눈앞의 현실을 본다. 내 아픔과 분노, 그리고 그로 인해 예상되는 결과를 외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없다. 결코 내가 고귀한 자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원수를 지척에 두고도 죽을힘을 다해 물러나니
이 분노보다 나은 선택을 하길 바라네"
유진: 괜찮은 거요?
애신: 지금 내 걱정을 하는 거요?
유진: 난 익숙해서.
조선에서도 미국에서도 늘 그랬소. 늘 당신들은 날 어느 쪽도 아니라고 하니까?
조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이국땅에서도 받아들여진 못 한 유진이 그녀를 걱정한다.
난 어차피 익숙하니 그런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그의 말이 슬프다.
조국에서도, 타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그는 어쩌면 누구보다도 외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외로움 속에서도 그는 결국 슬픈 결말이 될 선택을 한다.
그 보다 나은 선택지는 분명 있었을 텐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걸고 선택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유진과 같은 길을 걸어간 수많은 선조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분노를 뒤로 하고 대의를 위한 선택을 했다.
더 나은 삶을 누릴 수도 있었고,
더 안전한 길을 갈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신념을 위해 희생했다.
그리고 역사는 그들의 선택이 반드시 최선이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무심하게 흘러가며 그들의 희생을 잊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나도 비정한 평가일 것이다.
그들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과 희생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기억해야 한다.
나는 그와 같은 고귀한 선택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정신과 희생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지는지 깨닫고,
그것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들이 남긴 희생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이 바라던 세상을 살고 있는가?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것과 같은가?
그들의 희생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순간,
그들은 다시 살아난다.
우리의 선택이 그들의 희생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그들의 희생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