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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복 Nov 14. 2024

등이 가렵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이메일까지 답장하고 막 일어서니 6시 5분이다.

점심때 찡찡거리며 따라올라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레오를 보며 아래층 주방으로 향한다.

목에 단 인식표를 짤랑거리며 입에는 파란 공룡 인형을 물고는 테디가 뒤를 따른다.

사람이 밥을 먹기 전에 동물 친구들 먼저 밥을 주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테디에게 밥을 주고 있는 사이 슬그머니 레오가 계단을 내려오며 짧게 운다.


“그래, 빨리 와라, 여기 간식하고 밥 먹어”


아이들이 밥을 먹는 사이 구워 둔 고구마 두 개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우유 한 컵도 함께 2분을 돌린다.

테디는 벌써 먹고는 인형을 물고 내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

뒷문을 열어주고 뒤뜰 잔디에 용변을 보게 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레오가 따라 나온다.


“야, 레오! 멀리 가지 말고 금방 들어와라”


이제는 사람이 본격적으로 밥을 차려 먹을 시간이다.

저녁이래야 고구마 두 개에 우유 한잔이지만 그래도 격식을 갖추고 먹는다.

중간 크기의 접시에 고구마를 담고 우유잔을 들고 식탁에 앉는다.


어? 갑자기 등이 가렵다.

손이 닿지 않는 교묘한 위치가 가렵다.

테디한테 긁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인공지능 로봇도 없으니 혼자 해결해야 한다.

밥도 먹기 전에 등이 가려울 건 뭔가.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가며 등을 긁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다.


제길.

급한 데로 벽에 등을 대고 비벼본다.

영 시원하지가 않다.


“그래, 효자손이 어디 있는데,,,, 어디 있지?”


거실 서랍장을 보고 안방 서랍장도 보고 창고도 봤지만 찾을 수가 없다.

마누라가 집을 비우니 등 가려운 것도 쉽게 해결을 못한다.

손에 잡히는 대로 볼펜을 들고 오른손과 왼손에 번갈아 가며 긁어 댔다.

다행스럽게도 조금 가려움이 가신다.


괜스레 마누라가 밉다.

아직 일주일 반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나저나 효자손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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