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제 돌아가야 했다. 너무 오래 걸었다.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평소에도 지하철역과 마트, 집 앞 식당을 오갈 뿐이어서 목적지 없이 동네를 걸어 본 건 처음이었다. 휴대폰을 가지고 나왔어야 했나. 나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아주 멀리 오지는 않은 것 같았고 어쩌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땀에 젖어 머리카락이 축축했다.
왔던 길을 더듬으며 걸어가는데 뒤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또 고양이일 게 뻔했다. 나를 보는 고양이를 더는 보고 싶지 않아서 걸음을 서둘렀다. 그때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반응하듯 배가 저렸다. 나는 소리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골목 사이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을 따라 발을 떼었다. 만약 사람이 있다면, 그게 아이라면. 한 번 더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렸고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어느 순간 길옆으로 늘어선 집들이 익숙해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 왔던 곳인 것 같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둠 속에서도 반대쪽 골목이 더 환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쪽에 사람이 있나 싶어 한 블록 자리를 옮겼다. 이 층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 집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에 봤던 집이었다.
일 층 철문 앞에서 누군가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주저하면서도 그곳으로 걸어 나갔다. 내가 발을 멈추자 아이가 일어나 나를 봤다. 하나로 모아서 묶은 아이의 머리카락이 반쯤 풀려 있었다. 젖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여러 갈래로 떨어져 내렸다.
“괜찮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 앞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아이를 올려다봤다. 일곱 살, 여덟 살쯤 되었을까. 아이는 말이 없었고 나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무슨 일이야, 왜 나와 있니?”
“자고 일어나니까 엄마가, 엄마가 없어.”
아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나는 뒤쪽으로 눈을 돌려 집을 훑어봤다. 녹이 슨 철문 안에 낮은 계단이 있었고 실내로 들어가는 현관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집 안에서 유일하게 불 켜진 곳이 아이의 방인 것 같았다.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