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베라 줄기를 잘랐다. 거베라를 아끼는 마음이 잘려나갔다. 거베라에 내려앉은 햇살 손톱이 부러졌다. 수조 속 줄기를 물고 늘어지는 꽃가위. 손등에서 으르렁대는 핏줄들. 거베라에 닿았던 것들이 굴절로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것들 위로 버스가 달린다. 버스가 정차할 때까지 자리에서 절대 일어나지 마시오. 다음에 내려야지 마음먹었을 뿐인데 버스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벨이 닿지 않아. 날아드는 시선들. 아우성치는 방향들. 잘려나간 것들이 버스 안에서 허우적거렸다. 거 봐, 그것 보라고. 거베라가 담긴 수조에서 손을 꺼내자 버스가 똑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속성은 기질을 어떻게 강화할까…. 승객들의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황급히 일어서자 버스운전사가 호루라기를 힘껏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