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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의 창가에서

by 부불리나

레몬의 창가에서




나무를 잠가버린 건 내 잘못

가지가 환해지려면 우정이 필요하고


레몬의 신맛에 대해서는 누구나 관대해질 수 있다


레몬의 말투를 우려낸 창틀

무릎선을 눈썹까지 밀어 올린 지붕들

땅딸보 아저씨네 강아지는 아직도 꽃씨를 물어뜯을까


레몬을 반으로 자르면 세계에 불이 켜진다


말하자면

흰 고양이의 춤과

음표를 파고드는 손가락

무혐의를 흔드는 저녁의 지느러미


고백하는 것만으로 창가는 어두워지고


레몬을 모두 꺼버린 나무 아래

너와 내가

서로의 절반이 아닐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잘 부탁해

풀밭 서재에 꽂힌 어느 계절의 안녕들

그러니까 한 번 열리면 닫히지 않는 레몬의 저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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