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잠가버린 건 내 잘못
가지가 환해지려면 우정이 필요하고
레몬의 신맛에 대해서는 누구나 관대해질 수 있다
레몬의 말투를 우려낸 창틀
무릎선을 눈썹까지 밀어 올린 지붕들
땅딸보 아저씨네 강아지는 아직도 꽃씨를 물어뜯을까
레몬을 반으로 자르면 세계에 불이 켜진다
말하자면
흰 고양이의 춤과
음표를 파고드는 손가락
무혐의를 흔드는 저녁의 지느러미
고백하는 것만으로 창가는 어두워지고
레몬을 모두 꺼버린 나무 아래
너와 내가
서로의 절반이 아닐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잘 부탁해
풀밭 서재에 꽂힌 어느 계절의 안녕들
그러니까 한 번 열리면 닫히지 않는 레몬의 저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