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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호준 Oct 16. 2024

다시 만난 씽씽이

당황스러운 재회.

이번 글은 [거리 다시보기] 1편, '사건의 냄새를 풍기던 푸른 씽씽이'를 먼저 보고 오는 것을 권장한다.

급하게 광각으로 찍은 사진 | 홈플러스 파주운정점 롯데리아에서 촬영.

위 사진에서 반가운 얼굴이 보이지 않는가?


이번주 상당히 스케줄이 바빠 마땅하게 이야기할 주제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미루고 미뤘던 해프닝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때는 2024년 7월,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급하게 홈플러스 파주운정점 내부에 있는 롯데리아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간단하게 감자튀김과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으며 실내 공간을 둘러보던 찰나, 너무나 익숙한 사물이 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그 사물에 가까이 다가가보자.

사진 속 숨어있는 씽씽이가 보이는가? 1편의 주인공이 다시 나타났다.


내가 푸른 씽씽이를 첫 번째 주제로 선택해 [거리 다시보기] 연재를 시작한 날짜가 정확히 2024년 7월 24일이었다. 그런데 이틀 뒤인 2024년 7월 26일, 저놈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를 피해서 들어온 롯데리아에서 저 씽씽이를 우연히 발견한 상황 자체가 나에겐 유머였다. 길거리에서 상처 투성이었던 푸른 씽씽이를 발견해 연재글을 쓴 게 불과 이틀 전이었는데, 롯데리아에서 손잡이까지 달려있는 멀쩡한 씽씽이를 발견할 줄이야. 손에 있던 감자튀김을 놓고 급히 일어나서 사진부터 찍기 시작했다.


같이 먹고 있던 지인이 당황하며 도대체 뭘 찍고 있는 거냐고 나한테 물어보더라.

롯데리아에서 발견한 씽씽이의 판매 모델 이미지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관찰해 본 결과 1편에서 소개한 '푸른 씽씽이'와는 다른 점이 몇 가지 보였다. 바로 알 수 있는 차이점이라면 색상의 차이다. 만약 색상까지 똑같았다면 얼마나 더 반가웠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롯데리아에서 발견한 씽씽이는 1편의 '푸른 씽씽이'가 주던 감동을 어떤 방식으로도 다시 나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색상 정도는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었다.


다만 아주 큰 차이점 하나가 존재했는데,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것은 맞지만 푸른 씽씽이와는 모델이 달랐다. 푸른 씽씽이와는 다른 발판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고, 바퀴 역시 투명한 고무 재질이 아니었다. 색상은 그렇다 쳐도 최소한 같은 모델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건 사실이다.

1편의 주인공이었던 '푸른 씽씽이'와 이틀 뒤 발견 된 '롯데리아 씽씽이'

1편에서 다룬 씽씽이는 상처가 많았었다. 뒷바퀴를 잡아 줄 브레이크도 실종된 상태였고, 왼쪽 바퀴는 고장 나 있었으며, 손잡이가 있어야 할 곳엔 긴 나무 막대기가 힘차게 박혀있었다. 그런데 이틀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롯데리아에서 감자튀김을 먹고 있는 내 앞에 멀쩡한 모습의 씽씽이가 나타난 것이다.


롯데리아에서 저 씽씽이를 마주했을 때 반갑긴 했지만 한편으론 당황스러웠다. 마치 여기서 만나면 안 될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참 기분이 묘했다. 살면서 사물한테 내가 이런 감정을 느껴보다니. 기이한 경험이긴 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아닐까. 이런 의미 없는 경험담이 글로써 쓰이는 것을 보면.


언제 써볼까 계속 미루기만 했던 1편의 푸른 씽씽이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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