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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강우 Nov 04. 2024

2024년 아르코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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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사람을 상자로 인식해 압착했다는 뉴스를 들은 뒤부터 Y의 노파심은 진화하여 톱이 되었다. 형식의 잉여를 썰었다. 잉어 대가리를 썰 듯이   

   

  자네도 이제 승진할 때가,

  과장의 혀가 싹둑 썰려 최대리의 접시에 담겼다

  과장님 실적이 부서원들 일년치 수주납품액보다 많은 것 같, 

  최대리의 눈치가 큼지막하게 썰려 Y의 수저받침이 되었다     


  로봇 행동패턴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팀답게 그런 자리에서 오가는 말들에도 호환성이 중시되었다  

  프레스로 찍어내는 방식의 한계야

  과장은 제조기계의 결함에 대해 말했다

  상자의 표준모델이 미비한 데서 온 불가항력이죠

  수주업체의 안일함을 잇댄 최대리가 건배를 제의했다  

  이례적인 더위라는 뉴스가 방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셋은 약속이나 한 듯 윗도리를 벗었다. 옷걸이의 정규적 사용패턴은 비정규직 Y의 소관이었다   

  

  상자여서 유감이에요

  옷걸이 가까이에 앉으며 Y가 말했다

  옷걸이에 걸리고 싶을 때가 있었을 거예요. 옷걸이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Y가 덧붙였을 때 과장과 최대리가 동시에 트림을 했다

  Y는 자주 기침을 했다. 자연스레 말이 끊겨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과장과 최대리는 자주 Y의 술잔을 확인했다     


  술잔은 막무가내로 돌았다 컨베이어벨트처럼 

  Y는 집에 오자마자 변기에 대고 토했다. 지독한 술냄새, 납작해진 사람 하나가 변기에 떠 있었다. 쪼그라든 입에 물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형식을 증명하려는 안간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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