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각성
돌아보지 않는 시절의 이름을 부르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한물간 소리꾼이라고 선언한 어머니
갈 날을 받아 놓곤 뒤를 앞이라 우긴다
하늘을 향했다고 잎이 하늘로 가더냐고
봄이 와야 봄인 줄 알았던 나까지 돌려세운다
나는 늙는 것을 미루고 당신의 말년을 북채 잡는다
꽃의 박수엔 과장이 없다고
때 없이 당신은 건너편 객석을 가리킨다
추임새는 산의 호흡을 각성하는 거라 이른다
산을 이쪽으로 당겨 앉자는 게 아니라 한다
잦아드는 아니리에 객석의 추임새는 한결 푸른데
그게 아니라고 말 못하는 나는 산이 되다 만 사람
나무도 되지 못하고 풀도 벌레도 돌멩이도 되지 못하고
구름 같은 허랑한 관객임을 자처했던 사람
악보가 된 산 층계마다 빼곡한 청중
머리와 발끝이 한 음표로 그려진 색색의 소리들이
떼창을 하는 오늘은 언젠가 돌아볼 당신의 마지막 공연
언제나 한 가지 색으로만 울렸던
울리기만 하여서 가슴이 시퍼런 나는
공명심에서 마음 하나 뗐을 뿐인데 공명(共鳴)한다고,
북채를 바로잡아 주며 소리꾼은 헐겁게 웃고
예약하러 온 북망산 일몰은 슬며시 의자를 밀어 넣고
다시 건너편 객석으로 가 앉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