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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강우 Nov 04. 2024

2023년 아르코창작기금

각성

각성 

 

 

돌아보지 않는 시절의 이름을 부르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한물간 소리꾼이라고 선언한 어머니

갈 날을 받아 놓곤 뒤를 앞이라 우긴다 

하늘을 향했다고 잎이 하늘로 가더냐고

봄이 와야 봄인 줄 알았던 나까지 돌려세운다

나는 늙는 것을 미루고 당신의 말년을 북채 잡는다

 

꽃의 박수엔 과장이 없다고

때 없이 당신은 건너편 객석을 가리킨다

추임새는 산의 호흡을 각성하는 거라 이른다

산을 이쪽으로 당겨 앉자는 게 아니라 한다

잦아드는 아니리에 객석의 추임새는 한결 푸른데

 

그게 아니라고 말 못하는 나는 산이 되다 만 사람

나무도 되지 못하고 풀도 벌레도 돌멩이도 되지 못하고

구름 같은 허랑한 관객임을 자처했던 사람 

 

악보가 된 산 층계마다 빼곡한 청중

머리와 발끝이 한 음표로 그려진 색색의 소리들이

떼창을 하는 오늘은 언젠가 돌아볼 당신의 마지막 공연

언제나 한 가지 색으로만 울렸던

울리기만 하여서 가슴이 시퍼런 나는

공명심에서 마음 하나 뗐을 뿐인데 공명(共鳴)한다고,

 

북채를 바로잡아 주며 소리꾼은 헐겁게 웃고

예약하러 온 북망산 일몰은 슬며시 의자를 밀어 넣고

다시 건너편 객석으로 가 앉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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