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못
다소 늙은 안식이려니 했다
당신이 앉거나 고양이가 잠들 때도
어쩌다 지친 새가 머물 때도
풍경만 바뀐 동행인 줄 알았다
의자가 이름이 되기 위해
의자가 될 뻔한 수많은 이름들
나는 이름 속에 묻힌 익명의 제보자
내 몸의 기슭에 파도가 치다가
급기야 내 정강이뼈를 물어뜯을 즈음
비로소 바다의 배후가 궁금했다
바다도 제 바닥을 모르는 눈치였다
바다가 실어나른 수많은 의자
구름처럼 떠다니는 평화
격랑에 휩싸이는 의혹
혹은 바다를 굽어보며 바다를
지배한다고 건들거리는 착각
수명이 다한 의자가 무너진다
그때 젊은 안식은 부푼 내일에
엉덩이를 걸치고 새 의자의 방향을 바꾼다
파도가 데려가는 이생의 자국을 바라본다
의자는 가고
내 몸은 가뭇없이 잠긴다
내 이력은 모래에 합산된다
바다가 된 것만 생각했다
바다는 모래를 뺀 무게라고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