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꿈으로 물들어가는 삶 속에서
주황빛 노을이
나와 함께 퇴근길 위로
차분히 내려앉는다
노을처럼 일렁이는 마음
자박자박 누르며 걷고 또 걷는다
온종일 날 기다려주었을 집을 향해-
현관을 열고
신발장에 한 발만 내디딘 채
슬며시 둘러본 거실
벌써 어둠이 여러 겹 쌓여있다
짙은 어둠 위 몇 걸음 지나
욕조 앞에 멈춘다
하루 동안 쌓인
낯선 나의 모습
꽤나 묵직하다
똑똑 떨어지는 시간들
매끄럽고 차가운 욕조에 부딪히고는
모두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나의 시간
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궁금함에
욕조 앞에서 무릎 꿇는다
흘러가는 시간
모여드는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니
까만 점 보인다
점 안엔
깜빡거리는 주황빛
작은 불씨 보인다
‘내게 꿈이 있다면
저 불씨처럼
주황색일 거야-‘
하루의
온 시간이
현실 위로
똑똑
떨어진다
수많은 시간
모여
꿈이 된다
꿈은 언젠가 욕조에서 넘쳐 나와
나의 집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