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리가 죽었어요(My legs are dead)

생애 첫 아르바이트

by 솔자


오스틴에 몇 년 만에 오니 신통방통한 일이 생겼다.


나에겐 여전히 애기들로만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조카들이 이제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자라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고등학생 여자조카는 미국에 온 지 1~2년 밖에 안된 한국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조카의 제자들은 모두 초등학생들이다.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의 엄마들은 조카처럼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도 구사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기 원한다.

미국에 이민온이유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왔다지만 정작 아이들은 언어의 소통부재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조카가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아이들에겐 작은 심리적 위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조카들이 한국말을 잘하는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기간을 제외하고 지난 10년 동안 거의 매년 오스틴에 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이다.

매년 미국을 온다는 게 경제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솔자일을 하면서 열심히 모아 둔 마일리지는 우리 가족이 1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는데 큰 힘이 되었다.

물론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도록 교육시킨 동생부부의 교육방침도 있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자연스러운 한국말 연습은 단기간에 조카들의 한국어실력을 향상했다.

어쨌든 미국 공립초등학교 선생님인 엄마의 조언을 받아 매번 수업 가기 전에 열심히 준비하는 여조카의 모습이 기특하다.



코로나 기간 동안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변호사를 꿈꾸는 남자조카는 방학 동안 많은 경험을 해보기 위해 미국의 국민마켓이라고 일컫는 target에서 일하고 있다.


국민마켓 타겟



열심히 일하는조카


며칠 전 조카의 일하는 모습이 궁금해 마트를 방문해 숨어서 바라보니 짠한 마음이 앞섰다.

그다음 날에는 직접 손님이 되어 계산대에서 조카를 만나보니 환한 미소로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How was everything today 이모?"

그런데 주책스럽게 난 눈물이 났다.

다 그렇게 인생을 배워가는 건데 말이다...



녀석들은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이렇게 말한다~


이모 "내 다리가 죽었어요~" 몇 시간 동안 서서 일해서 다리가 아프다는 말이다


이모 "내 머리가 죽었어요~" 아이들 가르치느라 신경 쓰고 집중해서 피곤하다는 말이다.


영어표현 그대로 한국말로 직역해 표현해 주는 조카들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사랑스러운 우리 조카들이 다리가 죽지 않도록

머리가 죽지 않도록 지금 이 시간들이 많이 힘들지 않으면 좋겠지만 힘든 만큼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침이 되면 또다시 조카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모 다리가 살아났어요"

"이모 머리가 살은 것 같아요"


오늘도 사랑하는 두 조카의 생애 첫 아르바이트 여정이 "죽었어요"가 아니라 살아 넘치는 시간들이 되기를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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