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투어컨덕터가 되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이 명언처럼, 나도 진정한 나를 찾고 싶었다. 그 간절한 마음으로 나는 관광경영과를 선택했다.
고궁에서 외국인들을 안내하던 내 모습은 친근하고 상냥했다. 그 운명과도 같은 경험은, 나도 무언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결국, 선택한 관광인의 길은 내게 옳은 선택이었다.
졸업 후, 나는 괌·사이판 전문 여행사에 입사했다. 운 좋게도, 7명의 신입사원 중 유일하게 관광을 전공한 나에게 사장님은 특별한 기대를 걸어주셨다. 게다가 해외여행 경험이 졸업여행으로 갔던 태국이 전부였던 나에게, 직영으로 운영하는 사이판 현지 호텔에서 한 달간 근무할 기회도 주어졌다.
물론, 동기들의 시기와 질투도 있었지만, 입사 초기 3개월 동안 월급이 38만 원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는 신입사원으로서는 쉽지 않은 대형 단체팀들을 성공적으로 맡아 회사에서의 존재감을 키워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보이지 않는 고객들을 전화로 응대하는 삶은 나를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여행 잡지의 표지에서 운명처럼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커리어우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녀는 전문 투어컨덕터(TOUR CONDUCTOR)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여행을 지휘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진정한 전문가였다.
그녀의 인터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입사 후 3개월 동안 받은 38만 원의 월급, 그리고 정식 사원이 된 후 65만 원의 월급은 그녀의 연봉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내가 꿈꾸던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롤모델로 삼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나를 믿어주신 사장님께는 죄송스러웠지만, 전문 투어컨덕터가 되겠다는 내 확고한 결심을 지지해 주셨다. 결국 나는 사표를 제출하고, 나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미치도록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던 *** 여행사에서의 공채모집, 그것은 내게 기회의 문이었다. 여행사에 입사한 후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지 않았던 내가 면접을 위해 값나가는 정장도 한 벌 장만했다.
큰 여행사는 역시 달랐다. 강남역 10번 출구 높은 빌딩에 위치한 그곳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실감하게 했다. 면접에선 TV에서 보던 대기업 면접처럼 "뽑아만 주신다면..."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임원진들의 면접을 본 나는 몇 시간 후 믿기지 않는 합격 통보를 받았다. 운명의 여신이 나를 도운 것이 틀림없었다.
하루 만에 전문 인솔자가 된 나는 다음날 홍콩 마카오로 첫 출장을 가게 되었다. 홍콩 카이탁 국제공항에 도착해서부터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25명의 손님들은 내가 첫 출장이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나의 첫 출장은 대성공이었다.
이제 나는 롤모델이 된 그녀처럼, 아니 그녀보다 더 멋진 투어 컨덕터로 나아갈 자신감을 갖게 되었었다.
처음 가는 곳에서도 당당하게 깃발을 들고 앞장서며, 나의 투어컨덕터 인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