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자 Oct 23. 2024

아엠 어 티시

산티아고 양치길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길  중 하나는 바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일 것이다.

프랑스 남부 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800km의 이 길은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산티아고(Santiago)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를 일컬으며 순례길은 기독교인들이 그분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회계하는 종교적인 의미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교와 관계없이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걸으며 지친 삶을 치유받는 길로써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은 걸어보고 싶은 길로 유명해졌다.


이처럼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늘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다.


바로 패키지 여행사이다.


내가 다니던 여행사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때당시 일반인들에게도 산티아고 순레길의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순례자들처럼 도보로 걷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패키지상품 중간에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지막 종착지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는 일정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처음 만들어진 상품의 첫 번째 인솔자로 당첨됐다.


사실 배정이 되고 제일 걱정된 부분은 무늬만 기독교인이었던 내가 산티아고 길을 선택하신 신앙심 깊으신 고객들께 과연 어떤 인솔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였다.


그러나 내 걱정과는 달리 야고보 성인의 유해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이 상품을 선택하신 분들은 한두 분에 불과했다. 게다가 고객분 중 8분은 야고보가 누구인지 순례길이 어디인지 상관없이 날짜가 맞아 오신 계모임 어머님들이셨다.


늘 느끼지만 어머님들 단체팀 은 광복절날 분위기다. 가족들에게 해방되어 만세를 부르시는 것일까?


아무튼 여행 내내 유쾌하시다. 또한 웃음과 수다가 끊이지 않으신다. 그리고 결국을 잊지 못한 사건을 꼭 남기신다.


어느새 여행의 증반부쯤 이 상품의 하이라이트 관광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주변과 내부에는 몇 날 며칠을 걸어서 이곳에 도착한 순례객들과 일반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성당내부는 영화 "The way "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담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고  그 경건한 분위기가 가슴속깊이 느껴졌다.

특히 야고보성인의 유해 앞에선  나도 모르게 숙연한마음에 눈시울이 붉혀졌다.


성당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우리는 좀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예약된 식당으로 향했다.


사실 이곳은 개인 여행자가 많기 때문에 패키지 팀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첫 번째 팀인 만큼 이곳의 맛집을 어렵게 예약했다.

실제로 이곳은 정말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식당 측에서는 단체팀이니 좀 일찍 와주길 바랐고 우리도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식당에 첫 번째 손님으로 도착한 우리는 단체 예약석으로 안내받았고 오늘의 메뉴는 갈리시아식 돼지갈비였다.


돼지갈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를 가든 맛있는 음식이다.

갓 구워 나온 맛있는 돼지바비큐를 먹고 있자니 일반관광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식당은 금세 세계각국에서 온 손님으로 가득 차고 문밖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로 유명한 식당에 왔다고 생각하니 돼지갈비가 더 맛있게 느껴졌고 오랜만에 나도 가이드분과 즐거운 식사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식사를 마칠 무렵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말인지 영어인지 스페인 말인지 아무튼 이것저것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이때 식당 매니저가 내게로 왔다.


그는 내게 말했다." Go to the toilet"


나는 곧바로 뭔가 잘못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사실 유명한 식당이라지만 화장실은 남녀 각각 한 칸 식이었다.

식당이던 관광지던 화장실 시설이 너무도 잘돼 있는 우리나라 분들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유럽의 식당은 대부분 이러한 곳이 대부분이다. 아무튼 이식당도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화장실은 남녀 한 칸씩이었다.

그런데  화장실 앞에서 길게 줄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 달랑 하나밖에 없는 작은 세면대를 점령하고 계신 분들은 우리 팀 어머님들이 틀림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세면대 앞에서 어머님들은 하얀 거품을 잔뜩 머금고 분노의 양치질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오늘의 메뉴 갈리시아식 돼지갈비가 어머님들  양치질 강도를 더 세게 만들어드린 것이다.


심지어 양치 중에도 하얀 거품을 튀겨가며 대화도 나누셨다.


세계 각국에서 온 손님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이 광경을 불쾌하게 여긴지라 각자의 언어로 어머님들께 컴플레인을 하였으며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양치를 계속하는 어머님을 보고 결국엔 식당 매니저가 나를 찾은 것이다.


나는 서둘러 어머님들께 양치질을 마무리 지으시도록 말씀드렸다.

그리고  제일 늦게 식사를 마치고 이제야 칫솔을 들고 등장하시는  어머님들을 말렸다.


결국 나의 출동으로 상황은 종료되었고 식당 밖으로 나온 어머님들은 무슨 상황인가를 짐작하셨는지 아무 말씀도 하지 못하셨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설명드리지 못한 내 책임도 있었다.

나는 어머님들이 무안하시지 않도록 손님들께 서양인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다름을 설명드렸다.

다행히도 서양인들 사이에서 왜 그런 눈총을 따갑게 받으셨는지를  이해하셨고 그 이후 여행 일정 동안에는 얌전한 양치질이나 간단한 가그린으로 마무리하셨다.


사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은 하루 세 번 이를 닦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이 되어버렸다. 그런 습관이 해외여행을 와도 똑같이 이어진 것이다.

 

외국 식당의 작은 화장실에서 쾍 쾍 소리를 내며 양치하시는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모든 것에 너무란 말이 들어있음 화가 될 수 있듯이 너무 청결함이 다른 나라 여행객들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여행을 잘 즐기려면 불편하거나 우리와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오죽하면 여행을 뜻하는 트레블(Trabel)의 어원 Travail 이 수고, 고통 등의 의미를 뜻하겠는가!


이 작은 해프닝을 겪으면서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여행은  새로운 문화를 마주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때로는 그 차이가 웃음을 자아내고 때로는 불편함을 주기 도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여행의 본질이다.

결국 여행이란 불편함과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성장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날 이후 "산티아고 양치길"은 제대로 된 인솔자의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소중한 일화가 되었으며

 매번 여행안내문에  이 문구를 적는다.


"해외여행 중엔 하루 두 번만 양치하기"



입안이 좀 찝찝하면 어떤가! 중요한 건  완벽하지 않아도 또 다른 즐거움이 넘쳐나는 게 진정한 여행이니까...


그런 게 진짜 맛난 여행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