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미래: 탄소중립[5]
한국의 탄소중립 재원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민간부문의 재원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 예산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전체 예산 중 탄소중립 관련 프로그램들 예산의 합계,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재정투자 계획액, 온실가스감축 인지예산, 기후대응기금 예산 등이다. 다만 어떤 기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하에서는 온실가스감축 인지예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한국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23년부터 온실가스감축인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법적 근거는 탄소중립기본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에서 정하는 바이다.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즉, 온실가스감축인지적 관점은 국가재정 운영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예산집행이 온실가스감축에 기여하였는지 확인하고, 해당 평가 결과를 향후 예산 편성에 반영하려는 것이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는 지구적 온실가스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 시행의 목적은 관련 예산의 집행을 통한 직․간접적인 온실가스감축,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 등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전 지구적 온실가스감축 이행점검을 위해 격년으로 NDC 이행 관련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 Biennial Transparency Report)를 제출하여야 한다. 한국도 제1차 격년 투명성 보고서를 2024년 말까지 준비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천명한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 중 하나가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이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제도의 추진체계는 국가재정법령 규정에 따른다.
인지 예산제도는 정부의 예산/기금 편성 및 결산 절차에 포함하여 이루어진다. 예결산서 작성기준은 제도운영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조부처인 환경부의 협의로 마련된다. 작성기준은 작성지침, 작성서식 등과 함께 각 부처로 배포된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관계부처 담당자에 대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서 작성교육과 실무지원을 담당한다. 사업별 온실가스 감축기여도, 목표달성 여부에 대한 분석 등도 수행한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제도의 적용 대상은 ① 사업의 목적과 효과를 기준으로 온실가스감축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사업과 ② 다른 목적의 사업이라도 부수적으로 감축효과가 발생(또는 발생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각 사업은 유형에 따라 정량사업, 정성사업, R&D 사업으로 구분된다. 각 예산에 대해 성과 목표, 예산집행 결과, 온실가스감축 효과분석 등이 제시된다.
2023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규모는 집행액 기준 약 10.6조 원이다.
정부는 2024년 5월에 「2023회계 연도 국가결산보고서」와 「2023회계 연도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를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에 따르면, 2023회계 연도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를 작성한 중앙관서의 수는 13개이다. 대상사업은 13개 중앙관서의 287개 세부사업이다. 집행액(10.6조 원)은 예산현액(11.6조 원) 대비 91.5%이다. NDC 부문별로 구분해 보면, 집행액 기준 규모가 큰 부문은 수송, 산업, 전환 순이다.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 상의 감축량은 국가온실가스 감축량의 약 18.7%이다.
2023회계 연도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에 제시된 온실가스배출 감축량은 3.4백만 톤CO2eq이다. 해당 감축량은 2023년 국가온실가스 배출 감축량 18.3백만 톤CO2eq 대비 18.7%이다. (2024년 7월 10일 기준 정부의 공식 통계 가 발표되지 않아 추정값을 사용한 것으로, 향후 발표될 정부의 공식 통계와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전환 부문의 결산서상 감축량 0.1백만 톤CO2eq은 해당 부문 국가온실가스 감축량 10.2백만 톤CO2eq 대비 1.2%이다. 2023년 국가온실가스 감축의 절반 이상이 전환 부문에서 발생하였다. 그런데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에 포함된 정보만으로 관련 변화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전환 부문 관련 많은 사업들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산업 부문의 결산서상 감축량 1.0백만 톤CO2eq은 해당 부문 국가온실가스 감축량 1.1백만 톤CO2eq 대비 90.5%이다. 2023년 산업 부문에서 달성한 국가온실가스 배출 감축성과의 대부분이 재정사업에 의존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민간부문 주도의 산업 부문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