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미래: 경로변화[5]
한국에서 국내복귀(reshoring)가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는 해외진출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하고, 해외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서비스와 같거나 유사한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사업장을 국내에 신설․증설하는 것이다. 2013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이 시행된 이후 2014∼2018년 동안 국내복귀한 한국기업은 52개이다. 미국에서 국내복귀기업 수가 2010년 95개에서 2018년 886개로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 국내복귀가 활성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주요 이유는 다양하다.
해외 진출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산비용 절감(저임금 노동력의 활용), 규제비용 절감, 해외시장 개척 등이 대표적 이유이다. 우선 전체 생산비용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비용의 절감이 해외 진출 목적이다. 국내에 비해 저임금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해외국가(중국, 베트남 등)로 진출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규제준수비용을 줄이고자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한국에서의 지배구조 관련 규제, 수도권 공장 입주 규제 등을 준수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큰 기업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또한 국내기업이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대부분은 현지․해외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국내복귀를 고려할 유인이 보다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 중 일부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복귀 유인을 가질 수 있다. 제품품질 유지, 고부가가치 창출(인프라, 신기술, 전문인력 등), 고객요구에 대한 적시 대응 등을 추구하는 기업이 그 예이다. 국내기업이 해외진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 기회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가치사슬의 구조적 변화(중국 제조업의 성장,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 수평분업 확산, 보호무역주의 대두, 코로나19 대유행 영향 등)에 기인한다. 우선 중국의 임금 수준이 상승하면서 현지 생산비용과 국내 생산비용 사이의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 집중위험이 부각되면서 경영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국내에서의 공급망 구축 유인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수요자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의류․식품 기업, 자동화를 통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생산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려는 기업 등을 중심으로 국내복귀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국내복귀 기업 중 약 35%가 운송장비 기업이며, 고객의 요구에 대한 적시 대응의 필요성이 큰 제품(고품질 가전, 의료기기, 의류 등)을 생산하는 기업의 국내복귀가 활발한 상태이다.
최근 해외진출기업복귀법 개정을 통해 규제 완화가 추진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노력에 따라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유인이 보다 커졌을 수 있다. 2018년 국내복귀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유턴 기업 종합 지원 대책’이 발표되었다. 2019년 말에는 국회에서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이 개정되었다. 현행 규정은 복귀 기업에 대해 조세(국세․지방세․관세) 감면, 금융․재정 지원(토지․공장의 매입․임대비용, 설비투자금액 등), 입지지원(산업단지 공급), 국유․공유재산 지원(임대, 임대료 감면, 매각 등), 인력지원(인력수급, 고용보조금 등), 해외사업장 청산, 동반복귀기업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국내복귀 기업에 대한 지원 내용은 해외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지원대상․내용 확대, 선별적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국내복귀 시의 일시적 지원보다 국내복귀 후 기업경영 과정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환경․규제 등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확대에 대한 요구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 규제 완화(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수도권으로의 복귀기업에도 지원 허용 등)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개척을 위해 해외에 진출할 유인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2018년)에 따르면, 해외진출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96%가 국내복귀 계획이 없다. 그 주된 이유는 해외시장 확대(77%)이다. 해외 주요국(미국, 일본, 독일 등)과 달리, 한국의 경우 내수시장이 제한적이고 대외개방도가 높다. 즉 글로벌가치사슬 구조 변화 이후에도 시장개척을 위한 해외진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K-쇼어링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대외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징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유인별로 차별화된 리쇼어링 특구를 도입하면 어떨까?
이상과 같은 상황을 고려한 전략방향으로서,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유인에 따라 핵심 목표를 달리할 수 있다. 해당 목표에 적합한 형태의 리쇼어링 특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가치사슬 허브화를 지원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개선하는 방향, 규제비용 경감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특구 제도를 융합하는 방향, 해외로부터의 생산연령인구 유입을 지원하는 노동 특구를 도입하는 방향, 자동화를 통한 생산비용 경감을 지원하는 4차 산업혁명 특구를 도입하는 방향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