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미래: 경로변화[2+4]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통해 새로운 균형으로 수렴해 갈 것이다.
향후 나타날 구조변화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외생적 충격을 흡수해 갈 것이다. 그런데 기존의 균형점에서 이탈한 후 따르게 될 성장경로와 향후 도달하게 될 새로운 균형점은 구조변화들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다중균형(multiple equilibria), 즉 현시점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균형점이 하나 이상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는 어떤 균형점으로 수렴해 갈 것인가?
여러 개의 균형이 가능한 경우 경제주체들 사이의 상호작용 이후 어떤 균형점으로 수렴하게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때 균형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경제주체들의 기대(expectation)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경제주체들이 경제구조 변화에 직면하여 경제활동의 축소를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자신도 경제활동을 축소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으므로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축소하는 균형이 달성될 수 있다. 반면 다른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확대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 하에서는 자신도 경제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우월한 균형이 달성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경제주체들이 기대한 바에 따라 새로운 균형점이 결정되는 자기실현적 균형(self–fulfilling equilibrium)에 이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책대응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적극적 경제활동을 유도함으로써 경기 회복을 앞당기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러 구조적 변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경로창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 경험하였던 사회경제구조와 가용한 정보들을 통해 도출한 미래의 사회경제구조 사이에서 상당한 차이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외생성이 강한 인구수는 지금까지의 증가 추세가 감소 추세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 이는 기존의 사회경제 질서를 흐트러뜨림으로써 향후 다중균형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즉 우리 사회가 기존의 성장경로를 따르지 않고 혁신적인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 나가는 경로창출(path creation)이 전개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결정이 미래의 선택에 제한을 가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과 대비된다. 경로창출은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며, 실패 시 손실이 클 수 있다. 이렇듯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성공할 경우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정부가 포컬 포인트(focal point)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성장경로를 따라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개입이 필요하다. 포컬 포인트는 전략이론에서 복수의 경제주체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의사․행동을 조정하여 균형으로 수렴해 갈 가능성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중심적인 개념이다. 동 개념은 상대가 자신의 행동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기대와 자신이 상대의 행동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기대가 한 점으로 수렴하기 위한 단서를 의미한다.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도모함에 있어서 민간 경제주체들이 포컬포인트를 준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포컬포인트는 다중균형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선택하는 것에 도움줄 수 있다.
Schelling(1960)에 소개된 예로서,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없는 두 경제주체가 아래와 같이 구성된 4개의 정사각형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같은 정사각형이 선택되면 보상을 받는 상황을 가정한다. 3개의 정사각형은 파란색이고 다른 하나는 빨간색이며, 색상 이외의 다른 조건은 모두 동일하다. 즉 각 경제주체가 4개 중 어떤 정사각형이 선택하더라도 내쉬균형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런데 두 경제주체가 상대방의 기대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이 이루어지는 경우 빨간색 정사각형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추가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부각되는 빨간색 정사각형이 포컬 포인트로 기능하여, 경제주체들이 빨간색을 선택하는 균형이 도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포컬 포인트는 한국경제의 지속성장 경로와 관련하여 중요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
향후 한국경제는 인구구조, 산업․무역구조, 에너지구조, 재정구조 등 다방면에서 발생하는 구조변화에 직면할 것이고, 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정책들의 상호작용 결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 균형점도 여러 개일 수 있으며, 그러한 균형점들 중 특정의 것이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데 있어서 포컬 포인트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민간 경제주체들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해 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방향이 포컬 포인트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후의 논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 속도 완화,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가치사슬 재편에의 대응을 통한 자본집약도 제고, 신기후제체에의 대응, 재정총량 관리체계 제도화, 민간재원과 연계한 스마트자본 형성 등의 정책과제를 검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