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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Aug 12. 2024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1978) 소개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1978)



“푸른 바다 저 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뭉게구름 피어난다.”


7080세대라면 아마 이 애니메이션 주제가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그렇다.

일본 문화 상품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던 시절인 1982~1983년에 KBS에서, 1996년에 MBC에서 방송한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을 떠올릴 것이다.


 누더기 같은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맨발로 초원을 달리던 소년 코난과, 천재 과학자인 할아버지와 텔레파시로 소통하던 소녀인 라나, 단순-무식하지만 우직함과 우애가 넘치는 소년 포비, 기회주의자요 철저한 이기주의자에 기분파지만 천성은 나쁘지 않은 다이스 선장, 이지적이고 박력 넘치며 까탈스럽고 못된 것 같지만 은근히 정 많고 순수한 누님인 몬스리……

이들의 모습은 마치 한 세기 전 전원생활자들을 묘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100년 전이 아니라 그 당시 세계인들이 두려워하던 암울한 21세기를 배경으로 했다.


그렇다.

서기 2008년 7월, 이 애니메이션상에서는 냉전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런 시대에 인류는 핵무기보다 수십 배 더 강력한 초자력무기로 전쟁을 벌여 자멸의 길을 갔다.


https://namu.wiki/w/%EA%B8%B0%EA%B0%84%ED%8A%B8%28%EB%AF%B8%EB%9E%98%EC%86%8C%EB%85%84%20%EC%BD%94%E


거대한 폭격기의 가공할 융단 폭격에 의한 초자력무기의 대량 사용은 지축까지 뒤흔들어 여섯 개의 대륙이 초거대 지진과 대해일에 의해 바다 속으로 침몰하게 했다.

생존자들은 간신히 침몰을 면한 몇몇 자그마한 육지(섬)에 각각 고립된 채 하루하루 연명하게  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의 '홀로 남은 섬'…….

 전쟁과 지각 변동을 피해 우주선을 타고 도피하려다 실패하고 불시착한 사람들이 정착했던 그곳에는 할아버지와 열 살 정도의 손자 코난, 단 둘만 살고 있었는데…….


https://namu.wiki/w/%EB%AF%B8%EB%9E%98%EC%86%8C%EB%85%84%20%EC%BD%94%EB%82%9C/%EC%A7%80%EC%97%AD#s-1




미야자키 하야오(1941~ )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웃집 토토로>라든가 <붉은 돼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 <벼랑 위의 포뇨> 같은 애니메이션은 알고 있으리라 본다.

1998년 일본 문화 개방 이후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정식 개봉하거나 DVD로 출시된 작품들이니까.

본 작품 <미래소년 코난>은 이 모든 작품들을 제작한 미야자키의 첫 작품이자 출세작이다. 아울러 그런 작품답게 그의 작품들이 지향해온 주제들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태평양 전쟁을, 청소년 시절에는 경제 부흥과 급격한 산업화를, 청년 시절에는 전공투 운동과 노조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는

 일반적으로 전쟁에 대한 공포(특히 하늘로부터의 공격), 인간의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저항 의식, 그리고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보다 레프 톨스토이의 이상에 훨씬 더 가까운 원시공산주의적 삶에 대한 동경 등이 엿보인다.

아울러 전쟁과 자연 파괴와 계급주의를 만들어내는 권력자들과, 그들의 지배에 명분을 제공하고 유지시켜주는 파시즘 같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상에 대한 분노(그리고 그것을 종식시켜보려는 의지)도 드러나 있다.


 "그런 건(공채  구매 등 소위  '애국ㆍ애족'  행위) 사람들의 일이오. 나 같은 돼지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오"라고 답하는  <붉은 돼지> 주인공  포르코 롯소.

이런  포르코를  재수없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저 파시스트 청년당원(글쓴이가  붉은 화살표로  표시)이야말로   <붉은  돼지>의  진정한 악역이다.





이런 면에서 <미래소년 코난>을 비롯한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들은 알고 보면 지극히 교육적-교훈적이다(심지어 어른들에게도 그렇다).  이런 점 때문에 제5 공화국 시절에 <미래소년 코난>이 공영방송에서 방송될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전두환 장군과 그의 부하들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독재자이자 구제불능의 악당인 레프카가 김일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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