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 왜 인기를 끄는가, 거기서 우리는 어떤 영감을 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글이었지요.
문화평론가 김봉석 선생님이 쓰신 <문화의 힘은 다양성과 소통이다>라는 글에이 기고문과 관련이 있어 보인 부분이 있길래 발췌해 소개하겠습니다.
"문화가 흥미로운 것은 반드시 우월한 것, 중심만을 따라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어디가 우월하다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도 없다.
각자의 장점이 있고,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가의 문제가 더 크다.
(중략)
외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우리의 감성과 논리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순간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가, 이다."
김봉석 선생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일본 문화 혹은 미국 문화에 환장하는 건 그 나라들이 그저 강대국이라서는 아닐 겁니다.
일본과 미국이 강대국들이라서 우리나라에 일본 애니메이션,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나온 거라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문화컨텐츠에 대해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겠죠.
그러나 중국 기준으로 보면 '손톱깎이로 잘라내고 싶을, 발톱의 끄트러미 같은 땅 덩어리'인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래 중국인 배우가 중국어로 연기하는 영화에 대한 팬심을 보기는 어려워졌고, 현재 중국 영화ㆍ드라마는 그저 고증과 웅장함을 추구하는 사극 매니아들이나 찾는 컨텐츠가 됐죠.
러시아 컨텐츠는 말할 것도 없고요.
1990년대에 일취월장하던 일본 경제의 기세를 꺾을 힘도 있던 미국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나오는 걸 보세요.
할리우드의 영화 감독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고전 영화에 영향을 받는 일도요.
그리고 이 <20세기에서 본 21세기>가 기고됐던 당시 싹이 트던 한류 열풍이 지금과 같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잘사는 나라들, 강대국들에서 팬들을 대량 만들어내는 일도요.
전 우주 최강의 군대를 가진 젠트라디인들이 "함대가 지나가는 항로에 위치한 외로운 섬 하나 같은 행성"인 지구의 문화에 심취한 일은 이렇듯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나 싶네요.
물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스토리는 미국 제7 함대 제독부터 병사들까지 태평양 한복판의 이름마저 낮선 작은 섬 원주민들에게 단체로 동화된다는 거나 다름이 없지만요.
그래서 이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를 가장 마지막에 소개한 겁니다.
문화력, 즉 소프트파워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얘기하려고요.
어쩌면 이 작품이 기획된 1980년대 초 시점에서 초거대 군사대국이던 소련의 국민들을 자유자본주의 국가의 문화 컨텐츠로 매료시켜 이 작품 제작진의 나라였던 일본이 불타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품었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