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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Aug 25. 2024

-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던 외계 침략군이 주저한 이유

스튜디오 누에의 <초시공 요새 마크로스>(1982)



이치조 히카루와 린 민메이


함께 비행기 조종 기술을 연마한 선배이자 통합군의 최신 전투기인 VF-1 발키리의 조종사인 로이 포커 소령의 초대를 받아 진수식에 참석한 곡예비행 전문 조종사인 이치조 히카루……


“발키리 한번 몰아보지 않겠니?”라는 선배의 제의에 얼씨구나 하며 기지에 있던 훈련기형 발키리의 조종석에 착석한 그는,

 윗분들로부터 다급한 부름을 받은 선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긴급 출동 명령을 받는다.

 동원할 수 있는 기체는 모두 띄워야 하는 박한 상황에서 자신은 민간인 조종사라는 사실을 밝히지도 못한 채 하늘로 올라간 히카루는,

 마크로스의 함교에 있던 하야세 미사 중위의 지휘를 받으며 우주인들의 함대가 이 섬으로 내려 보낸 로봇 군단과의 전투에 참가한다.


적기를 격추하기는커녕 도망 다니기에 급급한 히카루는,

 섬의 시가지에 추락하는 과정에서 이 전투기가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하야세  중위의 말에 따라 인간형 로봇으로 변신시켜 무사히 착륙한다.

 하지만 시가지 또한 이미 전화에 휩싸인 상황에서 히카루는 마침 대피소로 가지 못한 동갑내기 중국계 소녀 린 민메이를 구한다.


 부모님과 함께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집을 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우던 민메이는,

 이 섬에서 개업한 숙부 부부의 초대로 진수식을 보러 왔다가 이렇듯 히카루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이들은 곧 포커 소령의 도움을 받아 마크로스에 수용된 뒤, 외계인 군대의 공격을 무슨 수로든 피해볼 요량으로 “시험 가동조차 해본 적 없는” 공간 이동 장치(외계인들의 기술)를 가동시킨 마크로스와 함께 명왕성까지 가게 된다.






 

브리타이 크리다닉과 엑세돌 폴모


이유도 역사도 제대로 모르고 관심도 없는 상태로 수십만 년간 싸워온 '감찰군'의 함대 중 '듣도 보도 못한 별'에 불시착한 전함 한 척을 찾아 장기간의 공간 이동을 해온 젠트라디 군 제118 함대(통칭 '보돌 저의 함대') 소속 제67 분함대의 사령관 브리타이 크리다닉……

전투 불능에 항행 불능일 적함을 포획하려고 왔더니, 그것을 수리해 쓰던 '소인족'의 변변찮은 군대에게서 반격을 받자 큰 충격을 받는다(소인족 군대가 사용하는 인간형 로봇과 그들의 몸 크기가 똑같다).

게다가 전투대원들이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그들은 남녀가 같은 지역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감찰군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수십만 년간 이루어진 남녀유별이 도를 넘다보니 남군 함대와 여군 함대가 철저히 분리되어 있으며,

 병사의 충원도 부모가 있는 자를 징집하는 게 아니라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젠트라디 군……

그런 그들에게는 남녀가 한 장소에서 살을 맞대고 사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아니, 절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런 그들에게 '문화'라고는 오직 보급품을 건 내기와 음주, 다툼, 그리고 부하나 동료를 괴롭히는 것뿐이다.

그래서 브리타이의 참모인 엑세돌 폴모는 이렇게  조언한다.


 “저들은 전설에 나오는 위험한 종족이 틀림없습니다. 저들을 멀리 하거나 무시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소인족이 재활용하는 감찰군의 전함에 관심이 생긴 브리타이는, 소인족 군대를 몰아붙여 마침내 그들이 찾아온 행성계의 맨 외곽에 있는 별까지 그 전함이 공간 이동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브리타이의 함대가 가진 능력은 마크로스의 격침뿐만 아니라, 지구 자체를 아예 죽음의 별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듯 경악스러운 문화를 가진 소인족에 대한 흥미가 생긴 브리타이는, 소인족의 우주 전함을 반드시 노획하기로 결심하고 극히 최소한의 공격만을 허용한다.







이치조 히카루와 하야세 미사


'엘리트 장교인 선배만 믿고 건방 떠는 민간인 출신 징집 조종사''전함의 안전한 함교에서 잔소리만 늘어놓는 차가운 아줌마(실은 처녀고 누나뻘)'라는 생각을 서로에 대해 품고 있는 이치조 히카루 '중사'와 하야세 미사 중위…….

 그리고 명왕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오디세이아 내내 브리타이 함대와의 전투가 이어지지만, 그 와중에도 마크로스 내에서는 전투와 큰 상관은 없는 온갖 잡다한 일들이 벌어진다.


마크로스  승무원들이  관련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공간 이동 장치를 작동하면서 섬 자체 및 주변 바다에 있던 배들과 바닷물, 물고기까지 모두 함께 명왕성 근처 우주공간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대피소가 생화학무기도 견뎌낼 수 있도록 밀폐된 덕에 시민들이 살 수 있었고, 살아남은 5만 명의 시민들은 마크로스 내부의 방치된 거대한 공간에 수용된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내다본 글로벌 함장의 결정에 따라 시가지의 건물들에서부터 얼음이 된 바닷물과 냉동된 물고기까지 수납한 뒤, 배들 중 항공모함들을 마크로스의 좌현과 우현에 부속물로 장비한다.

나중의 내용을 생각하면 글로벌 함장은  '인류 문명을 보존하기 위한 위대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무방비한 상태로 느닷없이 우주에 끌려나와 질식사나 동사한 항공모함의 승무원들을 보충할 병력도  시민들 중에서 징집한다.

이후 이어지는 전투와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황에서 우울해진 시민들을 고무하기 위해 글로벌 함장은 참모들 및 도시의 유지들과 의논하여 미인 대회를 개최하는 데, 그 행사에 민메이가 출전한다.

뜻밖에도 마크로스 진수식의 일환으로 진행될 쇼에 출연하러 왔던 할리우드의 여배우를 누르고 우승한 민메이는,

'마크로스 시'의 방송국에서 가수로 데뷔한다.

그런데  마크로스가 발신하는 전파를 탐지하러 온 브리타이 함대의 정찰기 승무원 세 명도 이 모든 내용을 시청한다.


 민메이가  이렇게  승승장구할수록 히카루는 그녀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어느덧 서로의 도움마저 거절할 정도로 견원지간이던 하야세 중위를 슬며시 바라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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