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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Aug 20. 2024

- '어른다운 어른'이 부재한 시대와 고토 키이치

유키 마사미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일본 텔레비전 드라마풍의 코믹한 경찰극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된 사고는 임창정과 하지원이 주연한 영화 <1번가의 기적> 혹은 (용산 참사가 있은 지 불과 9개월 뒤에 개봉되면서 묘하게 맞물린) <디스트릭트 9>의 그것과 비슷하다.


즉 “진보된 기술에 기반을 둔 산업화가, 과연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축복일 수 있는가”이다.


 그러고 보니 유키 마사미의 원작 만화 제1편을 봤던 고등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어느 건설용 레이버가 '실수로' 파괴한 자신의 만두가게 앞에서 “네놈들이 이런 짓해도 난 안 떠난다, 이놈들아!”라고 외치는 주인아저씨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때 말이다(“로봇이 나오는 만화에 이런 내용이 나오다니”).

 20년 뒤  필자는 홍대 근처 어느 칼국수집의 주인아주머니가 시사전문지들을 통해 그렇게 외치는 것을 보면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 감탄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인,

40대 초반의 출셋길 차단된 경찰관 고토 키이치는 “어른다운 어른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점을 20세기를 맞이하던 청소년들에게 매회 보여주었다.


그렇다.

국내에서 일으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해외의, 더군다나 주재국의 현지인 유부녀와 스캔들을 일으키고도 뻔뻔하게 “아무개 부인은 내 여자다!”라고 외치고,

청소년들도 들키면 크게 부끄러워 할 부정 합격이나 약자에 대한 폭력 행위를 30대 중후반에 저질러놓고도 자기 부모들을 동원해 수습하며,

교과서를 이용해 어린이들에게까지 강요하던 국민의 4대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도 않은 것에 더해 이제는 돈벌이용 폭로 서적에 실명이 오르내리는 현실의 어른들을 보면서,

심지어 바다 건너 큰 나라의 대통령까지 된 유부남 정치인이 자기 딸 같은 여인과 부정한 관계를 맺은 게 들통 난 뒤에도 만천하를 향해 “I didn't sex with the woman!"을 외친 뒤 얼굴을 빤히 들고 잘만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그들을 향해 '교정의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충만한 사람들이 오늘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그리고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똑같은 마음을 품었을 예전의 젊은이들에게도 가상의 중년 남성 고토 키이치는 영원히 팔로잉(following)하고 싶은 어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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