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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싹 도는 고전 소설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by 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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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 안녕하세요 용수입니다.

날이 덥다 덥다 하지만 육아 중인 저는 밖에 나가는 일이 잘 없어서

이 여름을 만끽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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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끽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더위는 정말 싫지만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갬성은 정말 좋아하거든요.

뜨거운 햇빛 아래 시원한 바다에서 튜브를 탄다던가

더위가 조금 가라앉은 여름밤에 밖에서 마시는 맥주라던가

좋아하는 여름 노래를 들으면서 떠나는 휴가라던가

이런 것들 때문에 저는 여름을 좋아합니다.

특히나 여름밤은 뭔가 모를 설렘까지 느껴져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다면 여름밤이라고 할 정도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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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거의 집에만 붙어있어 시원하긴 한데요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파민 싹 도는 소설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랬어요.

고전소설 마담 보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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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실 마담 보바리는 그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에요.

생소한 배경과 단어에 줄 간격마저 좁습니다.

거기다가 두껍기해서 다 읽어내기가 상당히 힘이 듭니다.

마담 보바리는 얼마 전에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산문에서 언급된 책이라 궁금했습니다.

생각보다 두꺼운 두께에 조금 당황스럽긴 했어요

거기다 배경 묘사가 상당히 자세한 편이라 읽다가 집중력이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심지어 읽다가 꿈나라까지 가버리기도 함..ㅋㅋㅋㅋ

저는 한 중반까지는 조금 지겨웠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아주 재미나게 읽었답니다^-^ㅋㅋㅋㅋㅋ

보바리 부인의 불륜 현장.. 잡으러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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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샤를르와 결혼한 엠마

남자와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득 가지고 있는 엠마였지만 샤를르는

엠마가 꿈꾸던 그런 남자와는 달랐습니다.. ㅠ

백숙과 빠가사리 매운탕으로 표현을 하자면 샤를르는 백숙 같은 남자랄까.. 자극적인 빠가사리 매운탕을 좋아하는 엠마에게는 너무나 밍밍하고 노잼인 남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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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인 남자와 노잼 생활을 하던 엠마에게 도파민 싹 도는 보비에사르 무도회 파티는

엠마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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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 보았던 그런 부유한 생활을 실제로 접해보니 얼마나 좋았겠습니까!!그 한 번의 무도회를 엠마는 그리워하고 또다시 오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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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자신의 안정적이고 평온한 생활이 너무 싫었습니다.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다리고 심지어 자신의 삶은 고독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자신이 읽었던 소설에서 보면 이쯤 되면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서 사랑에 빠져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죠. 엠마는 왜 나한테만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건지 한탄하기도 합니다.

사실 드라마나 소설에서나 흔한 클리셰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사랑을 책으로 배운 엠마는 다른 사람들은 그런 기회라도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없는 거냐며 우울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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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엠마의 생각만 봐도 마치 첫사랑을 기다리는 소녀 같아 보입니다.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같이 찾아오는 것, 인생을 뒤집어엎고 인간의 의지를 뿌리째 뽑아버리며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 속으로 몰고 가는 태풍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요

제대로 사랑을 해 본 적 없는 엠마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첫사랑, 첫 연애를 겪기 전을 생각해 보면 엠마 같은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았나 싶어요

뭔가 엄청나게 거창하고 운명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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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사랑도 있겠지만요 만남과 헤어짐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사랑은 그런 거창하고 운명적일 때도 있지만 잔잔하고 안정적일 때도 있고, 갑자기 찾아올 때도 있지만

서서히 스며들어 느껴질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사랑의 형태는 여러 가지인데 엠마는 자극적이고 운명적인 사랑만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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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던 엠마의 삶에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레옹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정숙한 여인이기 때문에 쉽사리 레옹과 연애까지 이어지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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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도 엠마의 행동이 엥?스럽긴 했습니다.

정숙한 여인이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그 때문에 가슴이 아프지만 그것을 티 낼 수 없는 가혹한 운명에 갇힌 자신에 자아도취된 모습을 보며 어마어마한 주인공병 환자구나 싶었어요..

약간 뭐랄까 친하게 지내고 싶진 않지만 가끔 만나서 썰 들으면 재미있는 그런 재질의 친구 같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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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불륜에 성공한 ㅎ 엠마

로돌프라는 귀족 애인이 생깁니다.

마침내 애인이 생겨서 너무 기쁜 엠마..

'마침내 저 사랑의 기쁨을, 저 열병과도 같은 행복을 가지게 되었다'

불륜이 이렇게도 기쁠 일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로돌프는 엠마를 처음부터 그저 즐길 목적으로 만난 거였거든요ㅠ 나쁜넘

엠마는 사랑하는 로돌프와 떠나길 바랐지만 당연히 그는 그럴 생각이 없죠. 떠나기로 한 날 엠마에게 편지 한 통만을 남겨놓고 그는 엠마를 떠나버립니다.. 나쁜넘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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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돌프가 떠난 후 엠마는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던 남편이 더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합니다. 의사인 남편 샤를르는 수술 실패로 굴욕을 겪게 됩니다. 엠마는 남편의 굴욕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무능함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참고 기다렸던 스스로를 굴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희생이라고 표현하죠

이제 남편 숨 쉬는 것도 꼴 보기 싫어 지경에 온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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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신앙에 몰두하기 시작하지만 역시 도파민 중독인 그녀에게 조용히 기도만 하고 살기에는

너무 노잼인생인거죠

열심히 기도하고 교회를 다니면 뭔가 또 일어날 줄 알았는데 아무 변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또 뿌듯하게 느끼는 그녀

'이쯤 되면 나 완전 귀부인 아니야?'라고 자아도취합니다.

엠마가 지금 시대에 살았으면 매일 인스타 스토리에 올릴 것 같습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자로

'내 아픔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어.. ' 이런 류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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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옹과 우연히 다시 만난 엠마는 그때 실패한 불륜을 성공합니다.

두 번째 애인이 된 레옹

엠마는 또다시 사랑의 기쁨에 빠져 온갖 거짓말을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간다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합법적인 외출의 기회를 따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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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열렬히 사랑하지만 역시나 그 사랑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리고 생각만 해도 떨리는 그런 감정은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그 후에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연인 사이에 자리 잡는 거죠. 하지만 도파민 중독인 레옹과 엠마는 서로 이미 질려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멈출 수 없었죠

왜일까? 차라리 이런 사랑이라도 집에 있는 노잼샤를르 보단 낫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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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사치스러운 자신의 생활 때문에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당장 돈을 갚아야 하고 남편은 이 사실을 몰라야 하기 때문에

그녀는 레옹에게 찾아가 돈을 빌려봅니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질려버린 레옹은 거절하죠.

결국 옛 애인인 로돌프에게 찾아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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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로돌프의 모습에 또다시 끌리는 모습에 한숨 푹푹ㅠ

내 친구였으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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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요구하는 것은 사랑을 덮치는 모든 돌풍들 가운데서도 가장 싸늘한 바람이어서 사랑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이 구절을 보면서 오래전에 쓰인 고전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현실에서도 충분히 적용될만한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고전 문학은 배경은 옛날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똑같고 고민하는 것도 똑같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거 보면 참 신기해요

1857년에 쓰인 소설인데도 공감이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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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는 결국 독약을 먹고 자살합니다.

파산으로 인한 빚의 독촉에 못 이겨였을까요?

아니면 사랑하는, 사랑했던 남자들에게 버림받아서 였을까요?

직접적으로는 빚 때문에 자살했지만 사실 엠마에게는 사랑에 배신당했다는

그 사실이 더 절망적이었을 거예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엠마ㅠ

엠마가 너무 짠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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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가 죽고 난 뒤 남편 샤를르는 잠을 못 이루지만

불륜 상대였던 두 남자는 잠만 잘 잡니다.

나쁜넘들!!! 이 부분을 보면서 엠마가 참 안쓰러웠습니다.

이런 남자들을 사랑했다니

그리고 불륜은 같이 해놓고 엠마만 벌받은 느낌이라 로돌프와 레옹이 괘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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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샤를르

엠마가 왜 샤를르를 극험했는지 이해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마초적인 빠가사리 매운탕을 좋아하는 엠마가 이런 회피형인 맹숭맹숭한 샤를르를 매일 보면서 얼마나 속 터졌겠습니까

증거를 보고도 뒷걸음치는 샤를르를 보면 참.. ㅠ

아니면 엠마를 너무 사랑해서 확실한 증거에도 믿고 싶지 않았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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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곤 불륜남 로돌프에게는 이게 다 운명 탓이라고 합니다.

샤를르의 엠마에 대한 사랑은 찐 사랑이었나 싶었는데,

또 이런 걸 보면 아닌 것 같습니다.

누가 사랑하는 사람의 바람 상대에게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게 다 운명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미 엠마는 죽었고 돌이킬 수 없으니 자포자기의 심정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부인과 불륜을 했던 상대에게 저렇게 말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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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의 불륜 사실을 알고 난 후 샤를르도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에 대한 충격인지 아니면 허무함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도 그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딸 베르트를 위해 잘 살아봤으면 밍숭하고 싱거운 그의 캐릭터가 끝에서라도

간이 조금 맞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죽음으로 끝맺어 버립니다.

그 때문에 딸 베르트는 먼 친척에게 맡겨지고 불쌍한 아이는 돈을 벌기 위해 방직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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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 부부의 추락에 비해 오메와 뢰르는 상승하게 됩니다.

남의 불행을 발판 삼아서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축적할 기회로 만든 사람들입니다.

오메라는 이름의 뜻은 인간, 뢰르라는 이름의 뜻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죽음을 맞이한 보바리 부부와는 반대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해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많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엠마가 불륜을 저지르긴 했으나 이들이 그로 인해 이런 이득을 봐도 되는 것인지,

아무 죄의식도 없을 이들을 생각하면 엠마가 불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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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드 고티에가 명명한 <보바리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르게 상상하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사실 엠마 같은 인물은 그 옛날에만,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

금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니 주변에서 찾을 필요도 없이 나 자신에게도 이런 면이 있어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욕망과 환상을 가지고 미래가 더 나아지길 바라는 것,

누구에게나 작든 크든 이런 면이 있지 않나요?

엠마는 사랑에 대한 욕망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각자 자기만의 욕망과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소설에서는 엠마를 통해 극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욕망과 환상을 가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정도가 지나친 것을 경계해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건 좋지만 현실 자체를 극단적으로 부정하고, 그야말로 내팽개치지는 말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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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엠마의 불륜 스토리지만 각각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 사회와 연관 지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었던 마담 보바리

읽으면서 엠마가 한심할 때도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지만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욕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도파민 싹 도는 불륜 스토리에서 결핍과 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마담 보바리를 읽으실 분들이라면 .. 중간까지만 꾹 참고 읽어보세요

그 후론 쫀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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