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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by 김여생

평소 거울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두드러기 덕분에 틈이 날 때마다 보고 있다.
목부터 어깨 부위가 아직도 벌것벌것해서 언제쯤 나으려나 하고 있다가 얼굴을 봤는데.
'어머 이것이 무엇이야!'
눈 밑 애굣살 부분에 생긴 긴 주름 하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 생겼지?
옆으로 누워서 핸드폰을 많이 한 탓일까.
모르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주름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꼭 이렇게 생기고 나서 확인하게 된다.
속상해.
어느 순간부터 탄력이 떨어지더니 조금씩 눈에 주름이 생길 때마다 나이를 체감한다.
얼른 보습크림을 눈가에 덕지덕지 발라준다.
많이 발랐더니 눈앞이 뿌예.
그래도 참아!
두드러기가 심해질까 얼굴도 가볍게만 바른 결과다.
건조한 겨울은 보습이 항상 필수인데.
날이 갈수록 찢어질듯한 속 건조에 여기저기 하나씩 늘어가는 주름들을 보면 시간이 참 착실하게 흘러감을 느낀다.
크림이 자꾸 시야를 가려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나는 시간처럼 착실히 올해를 살아내었나.
나 자신을 찾겠다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눌러앉은지 수개월이다.
나는 이 시간을 정말 잘 사용했을까.
아쉬운 점들이 많이 떠오르지만 그래도 잘한 것들도 떠오르니 마냥 흘려보내지는 않은 것 같다.
'집에 있는데 피부관리 좀 열심히 할걸.'
툭 하고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온다.
매일 출근을 하지 않으니 피부관리를 더 열심히 할 줄 알았건만 후후.
사람은 환경에 적응해 고양이와 노닥거리기 바빴다.
'왠지 요즘에 화장하는데 잘 안 먹더라니.'
주름이 신경 쓰여 눈을 감고 피부 보습을 어찌해야 할지만 생각하고 있다.
'내년부터 좋은 거 많이 먹고 나쁜 걸 줄이자!'
(내년부터? 왜 지금부터가 아닐까 후후.)
아직 호떡을 못 먹어서 호떡과 어묵과 붕어빵은 한 번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아 땅콩빵도!
또 샛길로 빠졌다.
'올해를 착실히 살아내었나.'에서 땅콩빵이라니.
혼자 헝헝헝 웃으니 고양이가 와서 쓱 하고 몸을 비비고 간다.
고양이 유혹에 응답해 서로 얼굴을 이리저리 비비다가 온몸을 내 얼굴에 비비고 벌러덩 누워버린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혼자 뀨오오오 소리를 내며 전신 뽀뽀를 하는.
집안은 쪽쪽 소리와 그르릉소리로 가득해진다.
착실히 성실하게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리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니 올해는 괜찮았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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